▲ 양달사현장사업회 사무국장, 영암학회 회장, 소설가 이영현

우리 영암의 역사를 들여다보려면 삼국사기지리지, 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등의 순으로 읽는 게 좋다. 그리고 이들 총지(叢誌) 속의 자료는 주로 지역에서 작성하여 올린 것으로, 분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전라도만의 호남읍지가 탄생하였고, 이 호남읍지 속의 영암군 자료를 별책으로 만든 것을 영암읍지다. 여기에서 영암읍지, 영암지, 영암군지, 영암군향토사, 영암군향토지 등은 모두 동일한 개념이다.

첫 번째 호남읍지는 1793년 정조 때 나왔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영암지는 바로 이때의 별책이고, 1832년에 발간된 호남읍지 속의 영암군지는 현재 우리 영암에도 원본이 몇 권 남아 있다.

고종 때에는 1871년, 1895년, 1899년 등 총 3차례에 걸쳐 호남읍지가 편찬되었다. 제1차에는 이전 읍지들을 저본으로 풍부한 지방자료를 게재하였고, 제2차에는 갑오개혁 이후 조정의 근대화 계획 수립에 꼭 필요한 군사와 조세 정보 등의 사례책(事例冊, 일종의 예규집)을 첨부하도록 지시하였고, 제3차에는 제2차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였다. 영암문화원에서 2009년에 발췌 번역한 1897년 영암읍지는 1895년(개국 504년) 고종의 상송령(上送令)에 의해 영암군에서 만들어 제출한 79페이지의 읍지로, 1895년 사례책이 타 시군보다 훨씬 많은 150페이지나 첨부돼 있어 당시의 우리 영암군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일부 도서관에 「전라도전주익산여산영암읍지(羅道全州益山礪山靈巖邑誌)가 나도는데, 이 책은 1895년 읍지의 필사본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도 호남지가 발간되었다. 일제(日帝)가 1930년에 발간한 ‘군세일반(「일제강점기 영암군 현황 및 독립운동사」 제2편 삽입자료) 에 자극받아 각 시군 유림들이 만든 읍지로 내용은 극히 빈약하다. 1937년에 이병연이 편찬한 조선환여승람은 사찬(私撰)이므로 읍지에서 제외한다.

해방 이후에는 1953년 영암군향토사, 1963년 영암군지, 1972년 영암군향토지, 1998년 영암군지 등이 편찬되었으므로 영암군 역사상 약 15차례에 걸쳐 역사서가 발간된 셈이다.

오늘은 이들 15권의 역사서 중에서 조선 격동기인 1793년, 1832년, 1871년, 1895년의 군지들의 차이점과 몇몇 오류 등을 소개하면서, 향토사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1793년 군지에는 대월루의 첫 번째 제영시(題詠詩) 작자가 김시습으로 돼 있으나, 1832년 군지에는 김습으로 돼 있다. 필사할 때 ‘時’ 자를 누락한 것이다. 1891년의 군지에서는 김시습으로 바로잡았으나, 1895년 군지는 1832년의 군지를 그대로 베껴 다시 김습으로 적었고, 이후에 발간된 군지들도 이 오류를 답습했다. 게다가 김시습보다 100여 년 후에 김습이라는 진사가 영암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김습의 시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시의 첫 구인 ‘낭주형승천남방(朗州形勝擅南方, 낭주의 훌륭한 지세 남방의 자랑이요)’과 우리가 월출산을 소개할 때마다 인용하는 김시습의 “달이 청천에서 뜨지 않고 산을 따라 오르더라(출전 미상).”라는 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작자가 누구인지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또 1793년 영암군지 16페이지를 보면 쌍취정(雙翠亭)과 수래정(修來亭)이 함께 소개돼 있다. 모정마을 주민과 선산임씨간 소송에서 1857년 김병교 관찰사가 모정마을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자 임씨들이 쌍취정을 천안전씨 문중에 팔아 버렸고, 그것을 가져다 지은 것이 수래정이라고 하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쌍취정 건물을 사서 수래정을 대폭 개수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판결이 있기 60여 년 전에 서호면 엄길 마을에는 수래정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군수들의 명단인 선생안(先生案)이다. 1793년 군지에서는 서윤재(徐潤載, 1871-1792) 군수가, 1832년 군지에서는 이응겸(李應謙, 1830-1832) 군수가, 1871년 군지에서는 정기택(鄭麒澤, 1869-18972) 군수가 읍지 편찬 당시 군수였음을 알 수가 있으나 1895년 군지에서는 1793년 서윤재 군수 이후 64명의 군수들 이름을 모두 지워 버렸다. 담당 관리의 실수인지 모르겠으나 당시 군수들이 알았다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법한 일이다.

현재 영암군 홈페이지에서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국책사업으로 만든 영암군향토문화전자대전을 통해 영암의 향토문화사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유명 사학자들이 만들었으므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영암군향토문화대전은 일종의 사전류여서 영암만의 인물이나 문화 등의 자랑거리를 내세우기에 미흡하고, 시일이 지날수록 오류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영암읍지들의 내용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곳이 자주 눈에 띈다.

결국 마지막까지 영암을 지키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가 틈틈이 영암군 향토사를 공부하고 부족하나마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