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발효연구소 대표 김명성

바야흐로 장 가르기 시즌이 다가 오고 있다.

한국의 장(醬)문화에서는 음력 정월 말날(馬日)을 기점으로 준비해둔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 30여 일 동안 만들어 내는 메주는 사람과 자연이 합작해 빚어놓은 유기물의 모체(母體)다.

유기물의 모체. 메주는 간장, 된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재료이지만, 때때로 메주상태가 건강하지 않아 된장을 얻을 수 없었을 때 속성으로 만들어 대체하였다.

속성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메주는 각 지방마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손바닥 크기의 작게 만든 메주 중앙에 구멍을 낸 형태로 만든 뒤 곁불로 굽거나 급하게 말려 속성 장(된장)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속성 장(대체 장)은 오늘날 향토장이라 불리는 강원도의 막장, 경북영천의 시금 장은 현재도 생산되고 있으며, 나주, 화순, 함평, 광주(광산구)일대에서 주로 사용한 깻묵 장, 충청도와 경기도 일부의 담북장, 경상도지역의 보리장등은 비교적 최근까지 볼 수 있었던 속성 장(대체 장, 향토 장)이 있었다.

우리 영암의 향토 장에는 묵 덕장이 있었다.

주변에서 묵 덕장의 존재를 아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최근까지 만들어진 향토 장이였다.

묵 덕장은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시어진 묵 은지와 김치 국물에 속성으로 띄운 메주나 기존 메주를 떼어 내 단지에 담아 아궁이 속에서 속성으로 익혀낸 장을 말한다.

1. 묵 은지 혹은 잘 익은 김치나 동치미를 잘게 자른다.

2. 속성으로 띄운 메주를 거칠게 파쇄하거나 기존 메주에서 떼어낸 조각을 거칠게 파쇄 하여 김치 국물로 되직한 농도를 맞춰가며 버무려준다.

3. 10일에서 15일 정도 삭혀 사용하지만 급할 경우 아궁이 속 남아있는 열기를 이용하기 위해 단지를 반복적으로 아궁 속에 넣고, 빼주기를 반복하여 3 ~ 4일 만에 삭혀 사용하기도 하였다.

신령스런 바위가(靈巖) 있는 고을(郡)이란 뜻을 가진 우리 영암은 天祭(천제)를 지낸 7번째 산 월출산이 자리한 곳으로 지리적, 문화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많은 고장이다.

특히 넓은 농토와 맑은 물은 옛부터 지역의 명주 황천주(晃川酒)와 같은 명주와 함께 묵 덕장을 비롯한 어란, 등 다양한 향토음식을 남겨 주었다.

영암군이 문화 선진국이 되는 첫 걸음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