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쉬는 시간 줄여가며 체육대회 준비
‘나’ 아닌 ‘우리’의 소중한 여고추억 ‘방울방울’

“얘들아 괜찮아~ 조금만 더 힘내자”
“잘 하구 있어. 이대로 모두 1등 하자”
지난 15일 영암여고의 교정. 이날은 영암여고 체육대회가 열린 날이었다. 대회가 한창 진행 중 몇몇의 선생님들로부터 눈에 띄는 응원을 선보인 반을 추천을 받아 찾은 한 몽골 텐트에서는 예쁜 핑크색으로 반티(단체복)를 맞춰 입은 학생들이 서로를 격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들은 3학년 매화반이었다. 31명의 매화반의 학생들은 약 2주 전부터 밥 먹는 시간과 쉬는 시간도 줄여가며 손발을 맞춰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응원 퍼포먼스를 쉴 새 없이 선보이고 있었다. 마치 홍학 무리들을 여고 운동장으로 모아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실장 김보라 학생은 “절대 공부할 시간에 연습한 게 아니고 자투리 시간에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확인 결과 그 말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학생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대략 3~4가지 정도. 소위 말하는 아이돌 걸그룹들이 선보일만한 수준의 댄스 군무에서부터, 줄넘기와 발야구 등에서 반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띄어 줄 응원 구호와 바디섹션 등이 그것들이다.
일반 학생들이 준비했다고 치기에는 수준이 꽤 높았다. 여기에는 비공식 응원단장 박현선 학생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현선 학생은 입장 퍼포먼스에서부터 응원 퍼포먼스까지 이날 안무를 모두 고안해낸 장본인이다. 특히 심사위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입장 퍼포먼스는 마치 도망자처럼 수능까지 촉박하고 긴박하게 살아가야 할 자신들의 모습을 안무 속에 담아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 반에 비해 공연 시간이 짧아 지루함을 없앴다는 점도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퍼포먼스 또한 박현선 학생과 반 친구들이 모여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보고 친구들이 따라하기 쉽게 각색해나가면서 손수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1:1로 맞춤지도를 통해 한명의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 반 친구들 간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에 대해 모 학교 관계자는 “공부는 시켜야 하는데 이런 것은 시키지 않아도 잘한다”며 “그래도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학을 연상케 하는 짙은 핑크색의 반티도 아이들이 각자 갹출을 하고 각종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파헤친 끝에 마련했다. 여기에 핑크색 헤어밴드와 양말은 패션의 포인트였다.
다른 반 친구들은 축구 유니폼, 야구 유니폼을 비롯해 심지어 꽃무늬 비치웨어를 반 단체복으로 맞추며 이목을 끈 곳도 있었지만 매화반은 다소 밋밋하고 무더운 긴팔 핑크색 라운드 티셔츠로 맞춘 점은 의아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도 예상치 못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라운드 티의 경우 실생활에서도 코디가 가능한데다 자신들의 여고시절의 마지막 체육대회의 추억을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어 자신들의 반명인 ‘매화’ 중 화려함을 자랑하는 홍매화의 색인 핑크색을 단체복에 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깊은 생각은 체육대회를 마냥 웃고 떠드는 노는 날로 인식하고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할 것이지”라는 어른들의 얕은 생각들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여고시절의 마지막 체육대회에 대한 추억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앨범에 차곡차곡 담아내며 우정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김보라 실장은 “올해가 여고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마지막 체육대회 잖아요”며 “저희에게는 같이 응원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추억이 될 것이기에 더욱 열심히 하고 싶고 기왕이면 종합우승과 응원상, 퍼포먼스 상까지 모두 받고 싶어요”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