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 영암지회(이하 참학)에서는 지난 13일(토)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기억순례를 실시했다.

이번 기억순례는 서해랑길 9코스인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출발해 서망항까지 완주한 후, 다시 진도항(구 팽목항)까지 약 13km에 이르는 거리를 회원 가족들과 함께 진행됐다.

회원들은 갑자기 찾아온 더위 때문에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걷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활짝 핀 벚꽃과 유채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거나 진도 바다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면서 진도항까지 순례를 무사히 마쳤다.

특히 순례를 시작할 때는 쉼 없이 재잘거리던 학생들은 진도항이 가까워질 무렵 지친 발걸음과 함께 침묵하기 시작했는데, 세월호 참사의 무게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참학 회원들은 진도항에 도착한 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주변을 둘러본 후 각자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순례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은 “오늘까지 3년 동안 부모님을 따라 추모걷기를 했다.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다음 번에는 절대 오지 가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고 말하다가 “그런데 진도항에서 세월호 희생자 이름들을 보니까 힘든 거 참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도 엄마 따라서 올 거다”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한 회원 가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순례에 나섰다”면서 “비록 걷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에 딸아이와 동참하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은 “매년 진도항에 오는데, 갈수록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어서 마음이 안 좋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채 세월이 흘러 벌써 10주기다. 절대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참학은 ‘함께 걷는’ 소모임인 마실길을 통해 매달 서해랑길과 전라남도 곳곳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