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친구’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는 영화의 인기와 함께 유행어가 됐고 탐욕을 비판하는 패러디도 많이 쏟아냈다.
지난 월요일,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건너편 사람의 절제되지 못한 분노가 전해졌다.
“영암읍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설립하는데 지역주민들에게 공고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영암우리신문 제66호에 실린 ‘영암읍주민자치위·문체위 편·불법 원칙 지켜야’라는 기사에 불만을 가진 영암읍문체위 소속 한 위원의 항의했다.
그 분의 주장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문체위라는 명칭의 단체는 여타 지역에서 쉽게 찾기도 어려웠으며 그 설립 규정 역시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분의 항의 발언은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개정된 ‘영암군 군민의 날 및 읍·면민의 날에 관한 지원 조례’의 신설 조항으로 ‘읍·면민의 날은 해당 읍·면 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협의회에서 결정한 날’로 정했으며, ‘읍·면 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등에 행사비용을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므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영암읍문체위라는 조직을 설립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각 읍면 문체위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익적 기능’을 가진 단체로 설립됐을 것이다. 또, 지자체에서 보조금(예산)을 지원받아 집행하는 법인격이 될 것이며, 절대 사조직으로 활동할 수 없는 비영리단체로 봐야할 것이다.
이러함에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할 이유도 없고, 위원들을 마음대로 구성하겠다’고 주장한다면 그 발상 자체는 매우 불순한 것이다.
설립 목적 자체도 불순해 보였다. 영암읍문체위 회칙을 들여다보니, 문체위의 설립목적으로 ‘본회는 문예·체육행사 등을 통하여 읍민의 화합과 결속을 조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조장하다’는 타동사가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문체위라는 조직 자체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읍민의 화합과 결속이라는 목적에 접근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말장난하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공익을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허술해 보이는 회칙이었고 허술한 운영이었음에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문체위 위원들 모두가 동의해 회칙제정안 등을 의결했다고 하니 우세스럽기만 하다.
마침, 임원의 전원 사퇴도 의결했다는데 번복하고 적당히 넘어가려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대폭 손질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칙에는 해산에 대한 조항조차 없지만, 해산 후 재구성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위해서 겪어야할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심정으로 썩어버린 싹을 뽑고 씨를 뿌려 ‘새 봄을 가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