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암읍 문화·체육행사 추진위원회(이하 영암읍문체위)’ 위원장 및 임원들이 일괄 사퇴하기로 의결했었지만 유야무야 번복되는 일이 발생하며, 주민자치 관련 조직들에 대한 재정비와 투명한 자치운영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영암읍문체위 회의에서는 ‘영암읍문체위 창립총회 개최 및 임원 선출’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회의 소집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음을 주장하며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주민자치위원회 연말총회에서 결정된 바로는 올해 1월 5일 열기로 했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문체위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지난해 12월 28일, 당시 영암읍장이 전출되기 직전에 영암읍문체위 창립총회를 열어 임원 구성까지 결정해 버렸다”면서 “일부 위원들에게는 통보하지 않고 예정보다 빨리 개최한 이유와 신규 위촉 위원들을 대거 문체위로 구성한 점 등 절차상 오류를 해명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러 위원들에 따르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어 위원들 간의 의사 발언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임상문 전 영암읍문체위 위원장이 “영암읍문체위 임원들의 일괄 사퇴를 선언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위원들은 “이날 회의 분위기는 발언권을 얻어 발언을 하는 등 정상적인 해명 요구였지 사퇴를 강요한 적도 없었는데, 임상문 전 위원장이 본인의 불편한 심기를 자제하지 못하고 임원 사퇴를 선언하며 퇴장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진 것 같다”며 지역민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됨을 안타까워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임의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원을 주민자치위원과 문체위원으로 나눠 통보해 연락을 받지 못한 주민자치위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임의 배치에 대해 문제가 지적돼 위원들 모두 양쪽에 포함하기로 결정했었다”면서 “지난 16일 열린 회의를 통해 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임원들의 사퇴문제를 원상 회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암읍주민자치위…주먹구구식 ‘불법 운영’
이에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다보니 주민자치위원회와 문체위는 그 자체가 문제투성이였다. 
‘주민들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며,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설치된 각 읍·면별 주민자치위원회가 실제로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단 위원들에 대한 구성 자체부터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영암군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르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그 곱절에 가까운 41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또 구성원 면면에 대해서도 조례를 따르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조례를 살펴보니 ‘교육계·언론계·문화예술계·관계·경제계·일반 주민 등 각계각층’이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위촉해야 하며, ‘어느 한 계층에 소속된 위원이 전체 위원의 1/3을 초과하면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여성위원의 참여를 장려하기위해 전체 위원의 1/3 이상을 여성으로 위촉할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암읍 주민자치위원회는 ‘관변·사회단체의 대표자 일색’이었다. 결국 관행적으로 구성되어 운영해오던 데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일부 위원들조차 “단순히 ‘지역 내 기득권 지키기’로 이용되는 조직으로 전락했었다”고 토로할 정도다.
2년 임기의 주민자치위원은 ‘추천’과 ‘공개 모집’을 통해 읍·면장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 새로 구성해야 함에도 재위촉을 남발했고 위원들 역시 당연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규정된 ‘공개 모집’ 절차는 아예 생략하며 원칙을 무시한 결과가 지역 사회의 기득권을 더욱 튼실하게 유지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위원들에 대한 인적사항을 1개월 이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 또한 지켜지지 않는 등 여러 곳에서 불법 운영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주민자치위 관계자는 “그나마 문제 의식을 가졌던 위원들이 참여하며, 최근 상당 부분 규정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기에 조만간 원칙에 맞는 주민자치위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기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문체위… 작년까지 ‘유령단체’
주민자치위보다 ‘힘 쎈(?)’ 문체위
영암읍문체위는 지난해까지 불법적으로 운영되어 왔었다. 정관(회칙)조차 없었던 ‘유령단체’가 각종 민속·문화·체육행사를 추진하고 지원금을 받아 사용했으며 후원금을 모아왔었던 것이다. 이에 적립된 이월금도 상당한 액수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정상으로 돌리고자 새로이 정관을 만들어 창립하려했던 ‘영암읍문체위’가 정상을 지향할 수 없었던 구조로 출발되었음을 나타낸다. 창립총회 개최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총회 개최를 알리고자 하는 공고조차 없었고, 일부 위원들에게만 보냈다는 동보 문자메시지에도 안건에 대한 통보를 누락했으며, 일부 주민자치위원들로만 문체위 위원을 구성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였다. 회의에 참가한 위원들 역시도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인지 문체위 회의인지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겸임을 할 수 없다면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위원장보다는 기왕이면 재정을 직접 집행할 권한을 가진 문체위 위원장을 선망하는 문제까지 발생하게된 것이다.
특히 새로 만들었다는 영암읍문체위의 회칙에 준해 위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구성원들도 있었다. 또 문체위 위원은 아무나 선정될 수 없도록 규정되는 등 회칙 자체도 상식을 벗어난 동네 계모임 수준이었다.

논란 증폭… ‘법정 싸움’ 이어질 듯
한편, 최근 벌어진 영암읍문체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 언론사를 통해 영암읍문체위에서 ‘갑(甲)질’한 군수 측근이라고 지목되었던 위원들은 ‘허위사실보도’와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법적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편협적이고 저질스러운 기사를 보도함으로써 결국 지역민들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언론사와 해당 기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분개해 했으며 “23일 오후 해당 언론사에 항의 방문을 하려 했으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 문체위 회의 현장에서 취재를 했다는 기자가 언론의 공정한 보도와 함께 최소한의 언론인으로서 윤리적인 기본 자세도 없이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보도와 허위사실을 보도해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명예를 손상당했다”고 분개하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 툭하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하고 무절제하며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지역사회 언론의 행태에 종지부를 찍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주민자치위와 문체위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했었고, 앞으로도 원칙을 지켜 운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