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말을 음성언어라고 하고 글은 문자언어라고 한다. 그런데 말과 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단연 말이 중요하다. 글이란 말을 대신하는 기호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말과 글은 일치할수록 바람직하다. 말과 글이 일치하는 것을 언문일치라고 하는데, 이것은 현대적 언어의 기준이 된다.
우리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 혀를 보면서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엄마가 “어엄마!”라고 할 때, 우리는 엄마의 혀를 보고 “어엄마!” 따라했다. 그러므로 ‘모국어(母國語)’라는 용어는 좀 어색하다. 모국어는 영어의 mother tongue을 번역한 말이다. 엄마의 혀라는 뜻이다. 정확히 하자면 ‘모설어(母舌語)’라고 번역했어야 한다.
일본인들이 이것을 모국어라고 번역한 데에는 국가주의가 작용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장 모국어 대신 모설어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순화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참으로 애매하다.
김용옥의 베스트셀러 『사랑하지 말자』 초판 첫 문장에는 ‘칠흙’이라는 잘못된 표기가 나온다. 칠흑은 한자 漆黑, 즉 ‘검은 옷칠’이지, 고유어 ‘흙’이 아니다. ‘진흙’ 할 때의 흙이 아닌 것이다. 페이스 북에서 가끔 관‘건’선거라고 표기하는 사람을 보았다. 한자 ‘관권(官權)’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자를 모르더라도 평소 관‘권’이라고 정확히 발음했더라면 표기를 틀릴 리가 없다.
한국 남부지방 사람들은 이중모음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한다. 옛날 김영삼은 ‘확’실히를 ‘학’실히라고 발음했다. 그의 말은 “한라산을 간통하여 강간단지로 만들겠다.”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김대중은 ‘민주주의의’를 발음할 때 아예 ‘민주주으으’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발음이 부정확하면 표기도 틀리게 되는 수가 있다. 역시 말과 글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려 주는 유별난 사례들이라고 하겠다.
물론 말과 글이 전부 일치할 수는 없다. 대체로 우리는 말은 너무 쉽게, 함부로 하는 반면 글은 너무 어렵게, 신중하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결과 말과 글이 너무 달라지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말이건 글이건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좋은 말’과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짚어 놓고 넘어가기로 한다. 좋은 말이란 글 쓰듯이 하는 말이고, 좋은 글이란 말하듯이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