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요? 제가 더러운 걸 싫어해서 깨끗하게 치워야지 안 그러면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안돼요”
영암병원의 한 허름한 창고. 이제 막 병원 청소를 마친 ‘청소도우미’들이 퇴근채비를 하고 있었다. 영암청소나라 협동조합의 대표이사인 이상석(51)씨와 학교나 아파트 청소 전문 이외분(여·64)씨, 입주청소 전문 유애심(여·58)씨, 손이 닿지 않는 창틀이나 유리닦기 전문 김영락(여·57)씨, 조합의 만능 엔터테이너 차민숙(여·46)씨, 청소나라협동조합의 막내 A모(30·익명 요구)씨.
이들의 거래처는 영암지역의 학교와 아파트, 병원이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 인증 받은데 이어 올 1월 자활기업으로 인증 받아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터라 아직 거래처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3년동안 지역자활센터에서 청소사업단으로 갈고닦은 실력으로 이미 거래처에서는 “일 잘한다”는 칭찬 일색이다.
특히 조합원 이외분 씨는 얼마 전 영암여고 학생들로부터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 영암여고의 남·여 목욕탕과 화장실을 청소를 했는데 너무 깨끗하게 해줬다고 감사의 의미로 학생들이 돈을 거둬 이 씨에게 스카프를 선물했다. 이씨는 “저에겐 훈장이나 다름없다”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청소나라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의 인연은 영암지역자활센터에서 시작됐다. 이상석 대표이사를 비롯해 조합원들이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인한 실직, 배우자의 사망, 사기, 사업부도 등의 이유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수급자 또는 차상위 층이다. 조합원 모두 한 번 씩의 아픔을 간직하면서 생계를 고민할 때 쯤 청소라는 매개체를 통해 의기투합해 가난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3년여 동안 손발을 맞추다보니 눈빛만 마주쳐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서 ‘척척’이다.
사실 자활센터에서는 정부 지원금에 기대어 주어진 일만 하면 넉넉하진 않지만 일정의 활동비를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직접 업체를 설립하고 거래처를 찾아 도전을 단행했다.
특히 일거리가 많은 도시 소재의 자활센터 출신 자활기업 10곳 중 9곳이 망하는 현실에서 농촌지역에서의 이들의 도전은 무모하게 비춰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외부의 시선과 우려를 없애기 위해 코피를 쏟을 정도로 청소 일에 모든 열정을 퍼부었다.
그리고 ‘양심껏’, ‘성심껏’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새기며 이를 악물고 정성을 쏟다보니 자활센터에서부터 지금까지 맡아온 기관이나 의뢰자들로부터 ‘청소 못 한다’, ‘마음에 안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실력도 차츰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아파트 한 동을 한 달 동안 청소하더라도 벌어들이는 수익은 60여만원 정도로 여기에 청소약품구입비,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일인당 갖는 수익은 10만원이 채 되지 못한다. 이들이 쏟은 노력과 땀방울의 대가치고 많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상석 대표는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고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미래에는 나아질 것이다”며 “지금은 비록 6명이지만 수년 뒤에는 10명 20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키워나가는게 우리 조합원들의 바람이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