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 규칙 만들기

미암면 곤미현로에 자리잡은 미암중학교. 올해 5명의 신입생이 들어왔다. 지난해 입학생이 없어 고심했을 학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암중학교 교정에 긴 겨울을 이겨 낸 동백나무 위로 동백꽃이 수줍게 미소 짓는다. 지난 23일 오후, 장석웅 담임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1학년 교실에 들어섰다. 5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급히 자리를 찾아 앉는다. 지난해 1학년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활기찬 모습이다.
마침 학교를 찾은 시간이 5교시 학급회의 시간이었다. “오늘 학급회의 주제는 학교에서 휴대폰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학교에 오면 휴대폰을 걷어 담임선생님께 드릴지, 우리들이 가지고 있을지 이야기 해주시기 바랍니다” 반장인 박은지 학생이 교탁 뒤에 나가 회의를 진행했다.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학생들은 휴대폰을 걷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급회의가 금방 끝날 것 같아 담임선생님이 휴대폰 사용과 관련해 규칙을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권리에 대해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 이었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사용 시 통화, 카카오톡, 게임, 문자, 정보검색 등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칙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다시 시작된다.
“휴대폰 사용시간은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제한 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연 학생이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이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한다면 공부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라고 물으며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 본다.
학생들은 생각에 빠졌고 김희연 학생이 잠시 후 “점심시간만 사용하기로 해요”라고 제안한다. 반장은 제안 된 의제를 학생들에게 다시 설명해 준다. 다수결이 이뤄졌다. 결과는 3명의 찬성으로 휴대폰은 점심시간만 사용하기로 했다.
휴대폰 사용의 규칙의 두 번째 안건으로 들어간다. 휴대폰 사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오준일 학생은 “게임 빼고 다 되는 것으로 하게요”라고 한다. 그러자 김유민 학생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생각이 갈리자 반장은 다시 다수결에 붙인다. 다수결 결과 게임을 제외하고 통화, 문자, 카카오톡, 정보검색은 허용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마지막 안건으로 다시 들어간다. 혼자만 책임질 것인지? 아니면 공동으로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다시 김희연 학생이 “지키지 않은 사람은 혼자만 책임지고, 1주일동안 휴대폰을 수업이 끝날 때까지 담임선생님께 맡기는 것으로 해요”라고 한다.
반장이 다른 의견을 묻지만 말이 없다. “입을 쓰자! 입은 밥 먹는데만 쓰는 게 아니야” 김희연 학생이 다른 친구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독려한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반장은 김희연 학생의 제안에 찬반 다수결을 진행하여 3명이 동의로 벌칙이 확정된다.
학급회의가 마무리되자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회의에 대한 피드백을 해준다.
“학급회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회의주제에 대해 동의하고 반대하고, 토론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겁니다. 그래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겁니다”
비록 5명 뿐인 소규모 학교이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학급운영과 관련한 의제를 논의하고 결정하고, 결정 된 사안에 책임지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 나서면서 작은 교실에서 소중한 민주주의가 싹트고 있었다.
처음으로 학급회의를 한다는 학생들을 지켜본 장석웅 선생님은 “학생들이 회의운영 경험이 쌓이면 활발한 학급회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