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대 석좌교수 김종덕

지금 우리나라 농업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 농사의 바탕인 땅(흙)이 산성화되어 점점 더 경작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농부들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렵고, 산업형 농업의 확산으로 생산성이 낮거나 돈이 안되는 종자를 외면하는 가운데 우리의 토종종자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온전한 음식,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땅을 농사지을 수 있는 땅으로 복원해야 하고, 농부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지역의 토종 종자를 지켜야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과제를 지금 농민들에게만 맡겨놓고 있다.

농민들이 힘에 벅차 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개선책을 제시해도 국가나 국민들이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농민생존권 차원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농부가 시위과정의 반인권적 진압에 의해 사경을 헤매고 있어도 이에 대해 국정을 담당하는 사람이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또 농업을 농민의 문제로 보고, 싼 글로벌푸드와 패스트푸드에 빠져 있는 소비자들이 농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농민의 호소나 농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농사지을 수 있는 땅, 농사짓는 농부, 농사의 핵심인 종자를 지키는 일은 국민에게 식량권의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가 할 일이다. 국민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공급을 위해, 국민의 식량권 존중, 보호, 충족차원에서 국가가 농사짓는 땅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농부들이 계속해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민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고, 다양한 종자를 유지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농업과 먹을거리 문제를 주로 시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데서 벗어나, 공공성의 차원에서 농업을 보고, 이에 맞는 정책 접근을 해야 한다. 국민 또한 농업과 먹을거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온전한 음식을 지속가능하게 먹으려면, 국민이 농사지을 수 있는 땅, 농사짓는 농부, 농사의 핵심인 종자를 지키는 일에 직접 나서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한 글로벌푸드의 안전성 문제, 지구온난화 야기문제 등을 고려하고, 낮은 식량자급률 문제, 식량주권 부재가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제 농업은 농민의 농업을 넘어 국민의 농업이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농업은 우리 선조에게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후손의 것이기에 더욱 더 농업을 지키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땅이 망가지고, 농부가 자취를 감추고, 종자가 멸종되면, 나중에 반성하고, 후회하여 땅, 농부, 종자를 살리고자 해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의 농업위기는 총체적 위기이기 때문에 지엽적 대응으로는 풀 수 없다. 농민에게 맡겨놓고, 농민의 힘만으로 해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농업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

농업위기를 풀기 위해 국가와 국민이 농업을 방임하지 말고, 농업을 공공성 차원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참여 속에 농업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