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 19.6%(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달 16일 종영됐었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응답하라 1988’의 여러 주인공 중에서 배우 박보검의 ‘천재바둑기사’ 역할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인지 요즘 그 인기가 예년만 못했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언론보도의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또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 이어 올해부터는 전국체전에서도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바둑의 스포츠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2년에 걸쳐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편성되었던 바둑 경기에서는 전라남도가 2회 모두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렇듯 바둑의 인기가 다시 높아짐에 따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앞 다투어 바둑관련 콘텐츠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영암읍은 한국 기원 최초로 9단에 올랐던 ‘바둑황제’ 조훈현 국수(國手)의 고향이다. 그는 ‘응답하라 1988’의 소재였던 천재바둑기사의 실존 인물인 이창호 9단의 스승이기도 하다.
1989년 처음으로 열린 바둑올림픽 응씨배(應氏盃, 응창기배-應昌期盃)에서 극적인 뒤집기로 초대 우승을 거머쥐었던 조훈현 9단의 대국이 아직도 바둑계의 명승부로 손꼽힌다. 이를 계기로 당시 과소평가되어 괄시받았던 한국 바둑이 비로소 바둑강대국의 예우와 평가를 받는 일대 전환점이 되며 그 저력과 위상을 세계에 떨치게 되었고, 전국에 바둑 붐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외에도 조훈현 9단은 50여 년간 프로기사로 활약하며 세계 최다 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 등을 보유하고 있어 ‘바둑계의 전설’로 불린다.
이런 국수(國手) 조훈현은 우리 영암의 현존하는 가장 큰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2일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의 업적을 기리고자 마침내 영암군이 나섰다. 이미 고향마을인 영암읍 회문리 ‘월출산 기찬랜드’에도 국수풀장이란 명칭이 사용된바 있으나, ‘조훈현 국수 기념관’을 함께 조성하며 영암군이 ‘바둑의 고장’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
별도의 신설 기념관 설립이 아닌, 기존에 건립 후 활용이 되지 않던 기건강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에도 박수를 보낼 일이다. 영암군은 2018년까지 준비될 ‘조훈현 국수 기념관’에 영상관·대국실·전시실 등을 통해 조훈현 9단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각종 바둑대회 유치와 바둑교실 운영 등 바둑관련 사업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 시니어 바둑팀 창단 등 바둑을 지역효자 종목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비롯한 각종 바둑 대회 유치 등으로 ‘바둑의 고장’이라는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갖춰, 지역 경제에도 큰 성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13억 중국인들의 바둑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바둑의 고장 영암’으로 이끌어 올 수 있다면 ‘유요커(중국관광객)’를 위한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마무리를 위한 과정에서 더 충실하게 채워간다면 ‘월출산’이라는 천혜의 자연과 함께 ‘조훈현 국수 기념관’이 지역발전을 이끄는 관광 자원으로 큰 역할을 해나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공직자들의 업적 쌓기로만 그지치 않고 관행에서 벗어나 열과 성을 다해주길 당부해 본다.
마지막으로 조훈현 국수의 애틋한 고향 사랑에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