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값 폭락에 이어 공공비축미 매입량 축소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농가들이 베지 않은 이삭에서 싹이 트는 현상인 수발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져 들고 있다.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추석부터 잦은 비로 시종과 서호 지역을 중심으로 수발아 현상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종면에서 약 20㏊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A씨는 “재배면적 대부분에서 수발아 피해가 났다”며 “그런데 인근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발아 벼를 등외판정(3등급)을 제시해 수매를 거부했다”고 하소연 했다.
이 농민은 “군에서 권장한 품종을 심었고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만 떠안게 하는 상황도 그렇게 도저히 이 가격으로는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성토했다.
대보와 하이아미를 각각 10㏊씩 나눠 재배한 A씨의 경우 하이야미에서 수발아 현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유기농 계약 재배한 농협에 800㎏들이 톤백 31가마를 수매신청을 했으나 모두 등외판정을 받아 거절당했다. 평균적으로 73%대를 기록해야 할 도정률이 63~64%대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지역 RP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군·농협과 계약 재배한 유기농 하이야미 또한 등외판정을 받는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황이 너무 좋아 은근히 풍년가를 기대했던 농민들은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로 인해 수발아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확량 감소, 품질저하. 수확시기 지연 등 3중고를 걱정하는 한숨만 쉬고 있다.
이같이 지역에서 수발아 현상이 심화된 것에 대해 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순까지 약 20여 일 동안 잦은 강우와 고온 등 이상기후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별로 피해현황을 보면 시종이 1968㏊로 피해규모가 가장 크고 도포 401㏊, 삼호 380㏊, 미암 344㏊ 등 총 1288농가에서 3666㏊에서 수발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전남도에서 발표한 도내 시·군별 피해현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규모이다. 당시 전남도는 영암군의 수발아 피해현황은 197㏊로 고흥 1524㏊, 함평 1천 120㏊, 순천 500㏊에 이어 4번째로 피해가 많다고 발표했다. 무려 3500㏊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가들은 군의 안일한 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유독 피해가 심은 시종만 보더라도 14일 오전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농민들의 지적이다. 그마저도 수발아 피해와 관련해 민원이 발생하자 그때서야 문자로 피해상황집계에 들어가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했다. 특히 수발아 피해 정밀조사가 17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수발아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수발아 발생 벼의 경우 품질저하로 인해 정규수매가 불가능해 정부에서 별도 수매에 나서지 않을 경우 농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농가별로 피해비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생계지원비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정부와 농협의 보상을 이중으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농협과 군에서 권장한 품목에서 수발아가 집중됐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이며, 까다로운 규정으로 인해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피해보상을 받기가 힘든데다 이번과 같이 품질저하에 따른 소득 감소는 보상기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수발아벼를 전량 수매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지역농협의 상황도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암군통합RPC관계자는 “쌀 재고로 경영이 힘든상황에 수발아까지 겹치면서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현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한 품질하락이라는 점을 고려해 수매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수매가격이 낮다보니 농가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수매가 이뤄진다하더라도 식용으로 사용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판매도 현실상 어려워 농협의 경영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지역 대부분 농가에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계약 당시 권장하는 품종 대부분 썼고 자연재해로 수발아 현상이 발생해 나락의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등급이 낮아졌는데 이 모든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고 있다”며 “추수 기간에는 보험기준이 까다로워 보상도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자연재해에 따른 농가 피해를 꼼꼼하게 살핀 뒤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