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산 공공비축미곡 수매를 앞두고, 시종면에 ‘중국산 수입쌀’이 대량으로 들어와 농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지난 17일 시종면 내동리에 위치한 대형 미곡창고에 시종면 농민 50여명이 집결했다. 최근 울산항에서 하역한 중국산 수입쌀 중 일부가 시종면 소재의 정부미곡위탁창고로 옮겨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농민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당 미곡창고에 보관될 물량의 1차분인 300여톤이 이미 창고 안에 쌓여 있는 상태였다.
보관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암산 나락 매입도 주저하며 개인 보관까지 유도하는 상황에서 수입쌀이 버젓이 지역 내 창고를 장악한 탓에 농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농민들은 중국산 수입쌀의 즉각적인 반출을 요구함과 동시에 정부미곡위탁창고에 수입쌀 추가 입고를 저지하겠다며 강력 항의했다.
특히 농민들은 “애초에 시종면에 대형 미곡창고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이 창고는 지역의 나락 수매에 보탬이 되리라 기대했고, 불편사항이 있었어도 민원조차 넣지 않았다”며 “그런데 우리 농민들의 쌀이 쌓여 있어야 할 곳에 수입쌀이 쌓이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또 직접 현장에서 쌀의 미질을 확인한 농민들은 “이번에 온 쌀은 현미 상태로, 국산 쌀과 쌀알이 똑같고 찰기가 있는 ‘단립종’인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장립종’과 달리 가공하면 국산 쌀인지 수입쌀 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며 “게다가 품질도 좋아서 국산 쌀과 섞어서 팔아도 절대 구분 못 할 것이다”고 전했다.
더욱 문제가 붉어진 점은 앞으로 계획이었다. 군은 3600톤을 수용할 수 있는 해당 창고에 현재 보관중인 300톤에 700톤 가량의 수입쌀을 추가 입고할 예정이었다. 현재 2500여톤이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수입쌀이 추가로 입고될 경우, 정작 수확철을 맞은 영암쌀은 400여톤 정도만 저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쌀값이 폭락하고 저장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량수매에 주저함을 보여 왔던 행정과 농협의 입장과는 상당한 대조는 대목이었다. 특히 농민들은 지역농업을 위해 일해야 할 행정기관이 농민들과는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수입쌀을 보관하려 했던 군 행정에 대해 분개했다.

일부 농민들은 현장을 찾은 친환경농업과 김준일 과장을 향해 성난 농심을 표출한데 이어 수입쌀 두 포대를 창고 밖을 끌고 나와 찢고 바닥에 뿌리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해당 창고에 수입쌀 보관을 배정한 주체는 군이지만 영암뿐만 아니라 도내 13개 시·군이 정부로부터 강제할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보관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들여 온 중국산 수입쌀은 가공용으로 국제협약에 따라 예전부터 수입해 오던 것으로 밥쌀용 쌀과는 다르다”며 “지역에서 반발이 심한만큼 빠른 시일 내에 수입쌀을 반출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일부 농민들은 행정당국이 앞에서는 농민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수입쌀 보관수수료를 챙길 궁리만 하고 있다며 군의 이면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군에서 수입쌀을 보관할 경우 하루 기준으로 톤당 182.2원의 보관수수료가 발생하는데 1000톤의 중국산 쌀을 보관하는 것으로 기준으로 월 546만원 가량의 보관수수료 수익이 예상되고 있었다.
상황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자 전동평 군수가 일정을 미루고 직접 현장을 찾아 진화에 나섰다. 현장을 찾은 전동평 군수에게 농민들은 현재 쌓여있는 수입쌀 300톤을 다음달 7일까지 외부로 반출시킬 것을 서면으로 약속해 줄 것과 앞으로 영암 지역에 수입쌀이 쌓이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것 등의 요구안을 직접 전달했다.
이에 전동평 군수는 이번 수입쌀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수입쌀을 지역 외로 반출하고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농민과 군 사이의 신뢰를 중심으로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지역 농민들을 지키는 농업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