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지역현안에 대해 점검하고 대안을 찾고자 지역민과 함께 그 개선방향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첫번째 주제로 지역경제의 근간이었던 ‘재래시장 문제’를 되짚어보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7호 지면을 통해 일차적으로 ‘재래시장의 현재’를 지켜보았고, 이번 호에서는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위주로 게재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의견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소비자, ‘재래시장 불편한 점 너무 많다’
쌀쌀한 겨울 바람이 제법 무섭게 옷깃을 스치던 지난 20일 오전 영암읍 5일 시장.
마침 구경을 나온 김용윤(75.도포면 용호리)씨는 “예전에는 5일장을 만나면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서 동동주 한 잔 걸치고 즐거웠다”며 “하지만 친구들과 젊은이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인구가 많이 줄었어”라고 아쉬워했다.
또 “예전 영산강 간척사업을 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시장을 찾았고 에누리도 주고 정도 느낄 수 있다”며 옛 생각에 잠시 잠기기도 했다.
실제로 영암 5일장을 둘러보니, 시장 특유의 북적거림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젊은층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5일장이 서면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오모(50.영암읍)씨는 “재래시장은 덤으로 더 받을 수 있고 조금 더 깎을 수 있다는 장점들이 있다”며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곳 같은 정을  느낄 수 있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재래시장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대형마트가 이용하기 편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형마트는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 물건을 살 수 있고, 맞벌이 부부 등에게 먹고 남기지 않을 만큼의 양을 포장해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형마트는 겨울철 춥지 않고, 깨끗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또한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젊은이들은 “정해진 날짜에만 열리는 재래시장에서 정돈되지 않아 필요한 품목을 이곳저곳 찾아다녀야 구매할 수 있고, 신용카드 결제도 안되고 현금영수증 등 거래내역을 증빙할 수도 없어서 아예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재래시장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렇듯 대형마트 등장과 인구감소, 젊은층의 불신 등의 이유로 인해 재래시장 상권은 계속해서 쇠퇴하고 있다.

상인, ‘주차장·교통문제’
오랜시간 동안 영암시장에서 터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동안 야채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67)씨는 “정말로 예전보다 장사가 잘 안된다. 장사하기도 힘들고 마트에 가면 없는 것 없고 다 있고 정리도 깔끔하게 잘 돼 있는데 시장은 아닌 것 같다”며 “예전에는 새벽 3시나 4시에 장사하려고 준비하면 손님들이 엄청 많았어”라고 강조했다.
15년째 생선장사를 하고 있는 김형순(53)씨도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것이지만 대형마트는 무엇보다 실내라서 그런지 따뜻하다”며 “재래시장은 추울 때는 거의 손님이 없어”라고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기관에서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대형마트 등장과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상권이 쇠퇴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행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40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67)씨는 “예전에는 단골손님도 많아 제법 벌이가 쏠쏠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못하다”며 “군에서 재래시장 살린다고 시장 중심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어졌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또 “재래시장 좋게 한다고 아치 지붕을 덮었는데 오히려 더 컴컴하고 그늘져서 겨울철이면 더 추워”라고 푸념했다.
옆에서 30년째 옷장사를 하고 있는 김무남(75)씨도 “몇년 전인가 군에서 재래시장 살린다고 해서 공사했는데 깨끗이만 하면 뭐하냐,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 도움을 줘야지”라며 “평일에는 그렇다고 쳐도 장날에는 차가 안 다니게 했으면 좋겠다.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다 보니 차에 치여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40년 정도 영암읍 시장에서만 잡화상을 하고 있는 최사권(74)씨는 더욱 군 행정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 2009년 영암 5일장 상인회장을 맡기도 했던 최씨는 “노인들이 많고 고령화돼 상권이 많이 쇠퇴됐다고 쳐도 시장 한 가운데 주차장을 만든 곳은 전라남도의 재래시장 어디를 찾아봐도 영암밖에 없다”며 “그래서 시장 형성이 지금 잘못돼 상권이 더욱 쇠퇴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장흥 한우시장 같이 재래시장을 특성화해야 한다”며 “영암은 대봉감과 무화과 등 특산물이 많은데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지 말고 시장 안에 직거래 판매장 등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국화축제와 연계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암군, “인구 유출 탓”
영암군에 따르면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1억3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5일시장 안에 화장실과 CCTV를 설치를 지원하는 등의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군 행정이 발벗고 나서고는 있지만 오히려 상인들과 재래시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소비자들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지원책의 하나로 편의시설인 주차장을 지었다”며 “상인들은 현대화 사업을 하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등 북적북적한 그런 모습을  기대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5일장날에 차가 못 들어온다는 규정은 없다”며 “아직까지 주정차 단속요원도 없어 단속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 한 가운데 주차장이 생겨서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인구가 많이 줄어서 상권이 많이 죽지 않았나 싶다”며 인구 유출을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관행적으로 보여주기
행정만 답습
시장 안팎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재래시장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해보니, 결국 대형마트에서는 표시된 가격을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을 소비자가 직접 양을 조절해 구입할 수 있고, 편리한 교통과 주차시설, 계절에 상관없는 쾌적함, 현금영수증 및 신용카드 등 결제시스템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재래시장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특별한 관심대신 일상적으로 해왔던 지원이나 보완만 하는 정도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단순히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만 답습하면 된다는 식의 행정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진심을 다해 노력하지 않고 의무적인 것처럼 보여주기 식의 행정만 할 것 같으면 편성된 예산조차도 아깝다”는 말들을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