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노동자와 농민 등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고, 재벌과 기득권세력 같은 부자들은 부자들의 입장에 서서 일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상식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정치를 들여다보면 부자들을 위해 일하는 새누리당이 갈수록 득세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이야기하는 야당과 진보정당들이 힘을 못 쓰는 형국이다. 통계학적으로 국민의 구성비를 살펴보면 당연히 야당과 진보정당들이 더 잘나가야 하는데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새누리당이 청와대도 장악하고 있고, 국회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필자는 저번 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는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토마스 프랭크의 글을 인용하여 ‘보수세력의 돈과 머리가 합작한 고도의 여론 조작술’에 있다고 분석하고, 민주주의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할 선거가 ‘돈+가치(종교)+언론’의 복합세력에 의해 국민들의 뜻이 조작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가난한 유권자가 부자를 위한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굳어가고 있다. 종교와 언론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서민층이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부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 동기를 이해하려면 경제적인 이익을 압도하는 무슨 ‘가치’가 존재하거나 그런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이야기되는 ‘지역감정’이나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학연·지연·혈연’ 등에 얽매여 투표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경상도에 사는 서민층이 박정희 시대 이후로 한결 같이 보수정당만을 지지하는 것은 자신들의 처지조건과는 반대되는 자해적인 투표행위인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떠오르고 있는 ‘북풍(北風)’이나 ‘안보우선논리’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에 우선한다고 착각할 수 있는 지역감정이나 학연·지연·혈연 같은 인간관계, 북풍이나 안보우선논리로 표현되는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논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할 수 있겠는가?

야당과 진보정당들이 내부싸움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사이에 수구·보수세력들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매도하며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부자들을 위해 투표하게 만든 것도 보수의 돈과 머리가 합작한 고도의 여론 조작술이 기여한 바 크다. 이제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보수세력의 사기술은 나이를 먹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다. 자본과 종교와 언론의 복합체가 눈에 보이지 않게 여론을 조작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들의 손안에서 놀아나게 될 것이다.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계층은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기득권세력에게 있어서 딱 선거승리 때가지만 필요한 장기판의 ‘졸(卒)’일 뿐이다. 이 냉정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에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관심사는 새누리당의 일당 독주가 유지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문제일 것이다. 호남에서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소극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새누리당의 일당독주를 막아내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총선이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수구·보수화되는 경향성이 강하고,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되면서 부(富)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최대한 차단해 나가고, 진보와 개혁세력이 큰 틀에서 연대하고 연합하여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문제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야당의 정체성과 역할을 점차 상실하고 갈수록 보수화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며 통합진보당이 강제해산 당한 이후 진보정당들의 영향력은 미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혁세력의 중심축인 야당과 진보세력인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농민회 참여연대 등과 같은 시민사회세력들이 큰 틀에서 힘과 지혜를 합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정치가 중요하다. 선거는 더더욱 중요하다. 애시당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우리들 같은 대다수 서민 중산층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진보와 개혁세력이 연대하고 연합하여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창출하고,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해야 한다.

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인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다음에는 정치의 본질과 소명이 무엇인지, 한국사회에서 왜 진보와 개혁세력의 연대 연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소통해보기로 하자.
19일이면 24절기 중에서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이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로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에 따르면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지 않던가?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그날을 그려보며 우리도 기지개를 크게 한번 켜고 따뜻한 봄을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