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불과 54일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구획정이 되지 않고 있다. 당장 이달 24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 투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는 국외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국민도 국외부재자신고를 하거나 재외선거인등록신청을 하여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재외국민은 자신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15만여 명의 재외국민이 투표 참여를 신청한 상태지만, 실상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후보가 없어 투표를 못할 지경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자국의 제도적인 이유로 투표소 설치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내 투표 참여를 신청했던 2만 1637명의 투표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도상의 문제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실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로 박근혜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며 한·중 관계가 악화돼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회는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선거구 획정을 발목 잡아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정부는 뒤떨어진 정세 판단과 친미사대주의 정책을 일삼아 이 나라의 정치·외교·경제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러므로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의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는 ‘역대 최악’이라는 국회에 대한 심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률을 비롯해 법안 표결 참여율, 법안 발의 건수 및 통과법안 수 등을 집계해 19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4년 동안 이 분들은 무엇을 했었는지 정말 놀라울 뿐이다. 개근상을 줄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해될 수준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결석에 대한 사유가 지역구 관리, 즉 지역 행사 참석이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는 국회의원도 있다. 지역구 관리라는 명분으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사전 선거운동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행사에 참석해서 한다는 축사 또한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repertory)다.
앞서 예를 든 의원들은 대부분 입법 의정 활동에서도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의정활동평가 결과를 보면, ‘자신이 발의한 법안’에도 ‘반대’한 경우가 165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신이 발의한 법안 표결에서 기권하는 경우도 432건이나 됐다. 또,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단 1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의원도 8명으로 집계됐다. 입법 발의를 양(量)으로만 승부한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고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며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본디 그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머지않았다. 아직까지 찾지 못한 이런 후보자가 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 더 충실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바로, 정치가 문제가 아닌 그 정치를 하는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