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정보가 넘쳐나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인생의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맞물려진 기계의 부속품처럼 죽어라고 몸부림치지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보통의 경우 가난했지만 옛날이 더 좋았던 것처럼 느끼고 어렸을 때 먹었던 주전부리보다 더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것일까?

필자는 “주인답게”라는 말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다.
사대란 본래 큰 것을 섬긴다는 뜻이다. 작고 약한 나라가 크고 강한 나라를 섬기고 그에 의지하여 자기 나라의 존립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나 태도를 사대주의(事大主義)라고 한다. 반대로 주인(主人)이란 무엇인가? 어떤 대상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토대로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태도를 주인의식이라고 한다. 남의 요구에 의해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인 요구와 계획에 따라 “주인답게” 살아가는 삶이 참된 인생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요사이 거의 대부분의 지역농협에서 2015년도 결산총회를 진행했거나 앞두고 있다. 지난 27일 어느 한 지역농협의 결산총회를 참관했는데 가슴이 아팠다. 조합원수 2,433명에 평균연령 67세라는 숫자에서 읽혀지듯이 대의원들도 상당수가 고령의 조합원들로 채워져 있는데 결산총회의 내용과 형식은 수년째 똑같은 형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비단 이 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내 8개 지역농협이 모두 똑같은 형식으로 대의원총회를 치르고 있다. 해당 농협 전무가 설명하는 결산 보고서의 내용에 회계와 관련된 전문용어가 많을 뿐만 아니라 숫자와 도표로 이루어져 있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잉여금 처분계산서, 자본변동표, 결산보정보고서 등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년째 이런 자료들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공부하고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도 결산총회 시간 내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고령의 대의원들 처지가 안타까워지면서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되었다.
조합장선거 때마다 이야기되듯이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조합원들의 대표가 대의원들인데 이들이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정하는 대의원총회를 통해서 우리 지역농협들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의 주인의식에 있다.
결산총회 내내 직접적으로 결산과 관련된 대의원들의 발언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민원제기성 문제제기만 몇 가지 있었을 뿐이었다. 수년간 잘못된 방식으로 면세유가 판매되어 상당액의 돈을 조합원들이 손해 보았다는 이야기가 공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 농협 결산총회에서만 한 대의원에 의해 문제제기가 되었을 뿐 다른 모든 농협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각 지역농협별로 내용상 수 억 원의 돈이 잘못 결산되었음에도 문제제기 조차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어찌하겠는가? 도둑맞은 주인들이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는데 누가 나서서 이 돈을 찾아준단 말인가?

며칠 전 머리도 식히고 사색의 시간도 가질 겸 여수 오동도에 다녀왔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눈에 쏘옥 들어오는 시 한 구절을 발견하였다.

서쪽에서 해가 뜬다고
말하는 놈이 있어야 한다
그 놈이 세상의 잠을 깨운다
미친놈아 너 이 허울의 땅에 오라

민족시인 고은의 시이다. 필자는 이 시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한참 아름다울 때 꽃봉우리 채 통으로 떨어지는 동백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