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글(문자)을 예술적 도구로 사용해 예술 경지로 승화한 것으로 이슬람과 중국문화에서 발달했다.
우리 선비들은 자신의 철학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훌륭한 글(文)을 짓고, 붓(筆)을 통한 서(書)로 완성했다. 서예는 올곧은 선비정신을 담고 있으며, 인물화와 산수화, 화조화, 불화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 방식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서예가는 만물의 변화를 경험하고 얻어진 의식을 인문학적 지식 체계로 완성하는 한편, 그 완성된 지식을 승화시켜 화선지 위에 하나씩 써 내려가는 예술가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 석호 김상회 선생이 작업실에서 서예를 하고 있는 모습.

이같은 서예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지난 28일 영암문화원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는 영암문화원에서 개최한 올해 첫 지역작가 초대전으로, 호석 김상회(78) 선생의 서예작품 25여점이 마련돼 있다. 전시된 작품은 전서와 예서, 행서, 해서 등 다양하다.
특히 옛 선조들의 좋은 글귀가 담긴 서예작품들이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중 최경창 선생의 ‘신평사와 이별하며’의 글귀를 옮겨 쓴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오경석 선생의 시를 서예로 옮긴 것으로 ‘집이 깊어 손님이 없어 마치 창선하는 것 같으니’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이번 지역작가 초대전은 다음달 21일까지 열린다.

한편 호석 김상회(78) 선생은 영암군 서호면 송정마을 출신의 향토 서예가로, 지난 57년 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지난 99년 교장으로 정년퇴임까지 약 40여년간 교육자의 삶을 살았다. 교사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서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어린 시절 서당 훈장이셨던 큰 아버지로부터 글을 배웠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호석 김상회 선생은 현대 사회에서 흔치 않은 선비정신이 충만한 서예가이다. 스스로 문기(文氣)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올곧은 마음가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이러한 생활 근본은 마음속 충만한 기운으로 꿈틀대고 손끝 붓을 통해 화선지 위에 구현된다. 글의 뜻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에 연연하지 않고, 탈속한 경지에서 써내려가는 서예는 세속 되지 않은 수수함이 있다.
또, 청렴한 선비 정신을 실천하며 어린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심어주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왕인으로 선정된 바도 있다. 또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분 특선 2회, 전남미술대전 대상과 입선, 특선,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특선 등의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  
한편 호석 김상회 선생은 “2년 뒤 80세를 맞아 열 개인전을 위해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暮春宿光陵奉先寺(광릉 봉선사에 자면서) 경쇠 소리에 새벽 꿈 깨었나니 빈발에 절의 봄이 가득하다. 어둔 등불에 외로이 앉은 부처요 지는 달빛에 혼자 돌아온 사람이다. 떨어지는 숲 꽃을 발굽이 밟고 새로운 풀 이슬에 옷이 젖는다. 앞 시내의 흐느끼는 물소리 마치 손님 자주 오라 호소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