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대 교수 김 종 덕

2013년 전국농민회는 쌀값은 농민 값이라고 하면서 쌀 80kg의 목표가격으로 23만원을 주장한 바 있다. 그 정도 가격이 보장되어야 농민들이 계속해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적용한 쌀80kg의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에 불과하고, 지금 시중의 쌀값은 예년보다 더 떨어져 80kg 1가마에 15만원 이하다.
이처럼 쌀값이 크게 떨어진 것은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외국에서 쌀 수입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쌀 관세화 유예로 인해 쌀 수입량이 크게 늘어났고, 최근에는 그 외에 식용 쌀 까지 수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었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시장에서 쌀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쌀 수요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에 연간 1인당 밥쌀용 쌀 소비량이 130kg이던 것이 현재는 65kg으로 반으로 줄어들었다.
쌀 소비량의 급격한 감소는 밥 대신에 다른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라면 소비 1위 국가인 것도, 또 이전보다 가정에서 조리를 적게 하는 것도 쌀 소비를 줄어들게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쌀 값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쌀 소비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농업에서 쌀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쌀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쌀값이 떨어지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쌀 값저하는 농민들로 하여금 벼 농사를 포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곡물자급률이 24%인 상황에서 자급하고 있는 쌀 생산량 마저 줄어든다면, 식량보장과 식량주권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쌀 소비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의 하나는 쌀이 부족한 북한에 쌀을 공급하고, 북한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잡곡이나 광물 등을 받는 것이다. 이 방안은 남북의 상생과 남북 긴장관계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식용 쌀 소비 증대를 위해 아이들에게 밥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용으로 가정에서 식사로 빵 대신 밥을 해먹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군대, 학교 등의 급식에 국내에서 생산한 최고의 쌀을 공급해 맛있는 밥을 먹도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밥의 맛을 알게되면, 밥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식용 쌀 소비 증대 못지않게 가공용 쌀 소비도 국산 쌀로 하도록 이끄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에는 수입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산 쌀에 비해 수입쌀의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한 예로 현재 대부분의 막걸리는 수입쌀을 재료로 쓰고 있다. 그런데 수입쌀의 경우 방부제에다가 농약, 비소등이 잔류되어 있어 식품안전성에 문제가 크다. 때문에 우리가 불가피하게 수입해야 하는 쌀은 사료 등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가공용 쌀은 가급적국산 쌀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농가의 소득을 위해 쌀을 재료로 이용한 농가 가공을 권장하고, 이에 대한 기술 및 마케팅 지원도 필요하다. 쌀에 대한 소비 저하로 생명의 보루인 벼농사가 무너지면, 우리 농업의 모든 것이 무너질 수있다. 때문에 벼농사를 지키는데 모든수단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