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진심을 판다. 안심을 산다.”
전국의 농협 하나로마트가 전면에 내걸고 영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광고문구이다. 정말로 지역농협들은 모든 상품에 ‘진심’을 담아 팔아서 농민조합원들이나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영업하고 있을까? 농협이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조직이고 농협을 통해 판매되는 상당수의 물품에 진심이 담겨있으리라 믿지만 그간 부당하게 이윤을 추구해온 면세유 만큼은 예외인 것 같아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난 해 10월 6일 최규성 의원(김제/완주)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면세유 판매가격을 과세유 판매가격 보다 높게 책정해 농민들에게 돌아갈 세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그 후 한국농정신문도 집중취재를 통해 농협이 면세유 사업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공정 행위가 전국 농협에서 일반화되고 당연시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농협은 과세유와 면세유 두 종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면세유는 농업용 기계에 일정량이 공급되는 것으로 농협은 면세액을 정부로부터 환급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면세액은 교통세·교육세 등의 제세금과 부가가치세로 구성되어 있어 1리터에 휘발유는 745.89원+부가세, 경유는 528.75원+부가세, 등유는 72.45원+부가세로 산정한다.
농협은 유류 매입가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게 되는데 주유소에 게시되어 있는 과세유 가격이 여기에 해당된다. 면세유 가격은 단순하게 말하면 과세유 가격에서 면세액을 제하고 판매하는 가격인데 그간 농협들은 면세유 가격이 과세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악용하여 과세유에는 7% 정도의 수수료를 면세유에는 그 두 배인 15% 정도의 수수료를 붙여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해온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농민조합원들에게 1리터에 200원 정도의 마진을 더 받아온 셈이다.
농협은 배달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1천리터를 주문한 농민이 배달비용으로 20만 원 정도로 지불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필자가 면세유 이야기를 꺼내든 까닭은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규성의원이 면세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문제 삼은 이후 농협중앙회에서는 제도 개선책으로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들의 가격표시방식을 바꾸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지난 주에 지역농협들이 모두 가격표시방식을 변경했다. 그런데 단 한 곳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왜 면세유에 대한 가격표시방식이 변경되면서 면세유 가격이 급락했는지, 국제유가 하락이 원인인지 아니면 그간 과세유에 비해 과도하게 받아온 수수료를 낮춰서 그런 것인지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있어야 순서가 아니겠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대충 넘어가는 것은 상도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이달 말경에 대부분의 지역농협에서 결산총회가 열리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대의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면세유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면 좋겠고, 지역농협들은 이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면세유 가격에 대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면세유와 관련해서 부당 이득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부당 이득이 있었다면 이를 농민조합원들에게 환원할지 말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곪은 상처를 그대로 덮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아프지만 곪은 부위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나듯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여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새로운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농협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조직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많은 선후배들이 농협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땀 흘려 일하고 있다. 작은 일을 그냥 덮으려다 농협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성실히 일하는 선후배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