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딸이 집에 오면 핸드폰만 하는데,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 컴퓨터를 하고… 또 싫은 소리를 조금하면 툴툴대다 아무 말도 안하고, 아빠랑도 대화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반장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있고, 소심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집에서는 이럴까요? 사춘기라 생각하고 이해하려 해도 쉽지 않네요. 화를 내서라도 이러한 행동들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시간이 약이거니 하고 지켜볼지 고민입니다.

▲ 원민우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센터장

A. 어릴 때는 부모가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자아가 발달함에 따라 부모 또한 자신처럼 허점투성이에다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래서 예전 같은 수직적 관계는 거부합니다. 어렸을 때엔 부모의 요구와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부모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가지게 된 겁니다. 그래서 예전엔 ‘네’라고 대답했던 것에 대해서도 ‘왜?’라고 반문하고 순순히 따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와 똑같은 태도로 대합니다. 자신은 언제나 옳고 아이들은 틀렸다고 몰아붙이거나 ‘너를 위해서’라며 강요하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부모의 태도에 자녀는 점차 반항심을 느끼게 되죠. 즉 부모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싫어집니다. 부모와 마찰이 심해질수록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친구에게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먼저 아이를 훈육하기 전에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회복하는게 우선입니다.
‘빠름’에 익숙하고 단답형 대화를 즐기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의 긴 이야기는 단지 ‘설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생 선배로서 충고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아이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도 반복하거나 길게 말하면 아이는 지루해할 뿐이죠. 이럴 때는 명령형보다 부모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화(메시지 전달법)하고, 부모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어?”라고 소리치면 아이는 당연히 부모에게 혼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 들어와서 너무 놀랬다”라고 이야기하면 자녀도 충분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1.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부모와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쩌다 한번 입을 열어도 대개 자기주장이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보통의 부모는 답답한 나머지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두 마디 할 때 한 마디만 한다는 심정으로 참고 들어주세요.
2.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적절한 시점에 맞장구를 치면서 관심의 뜻을 전달해야 아이도 신이 나서 자기표현을 합니다. 그와 동시에 ‘사실 엄마도 예전에 그랬어’라고 말하며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음을 내보이면 동질감을 느껴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됩니다. 만일 다른 일을 하면서 무심하게 대화하거나 대꾸를 하지 않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껴 마음의 문을 더 닫습니다.
3. 외모나 옷 스타일로 잔소리하지 말기.
어린 자녀들에게는 외모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큰 척도입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겉멋만 들었다’고 다그치거나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혼내면 자녀는 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부모들도 사춘기 시절 자신의 부모와 외모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4. 한 번에 하나의 주제만으로 대화해라
대화를 하면서 갑자기 지나간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아이는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잘못을 꺼내게 되죠. 그럴 경우 자녀는 현재의 문제에 집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모를 ‘아무 때나 옛날 얘기 꺼내서 화만 내는 사람’ 혹은 ‘잔소리꾼’으로 여기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게 아이의 손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뺏기지 않도록 부모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부모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를 못 잡으면 어떡하나, 아이 인생이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와 하는 불안에 떨게 되죠.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멸시받지 않기,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해주기입니다. 즉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만하라고 하기 보다는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해주세요. 한 발자국씩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세요.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스마트폰과 소통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부모와 소통하는 시간은 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