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박 웅

군청이 존재하고 행정이 행해지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라 군민을 잘살게 하는데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니 만일 행정의 부당함으로 인해서 군민이 불이익을 보게 된다면 이는 곧 군정(郡政)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문서놀음이나 하고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번에 공공비축미곡 배정업무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추적하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치들에 한 번 놀랬고, 잘못된 문제들을 보여주며 시정을 촉구했는데도 요지부동인 공무원들의 업무태도에 또 한 번 놀랬다.
주무부서인 친환경농업과 농산물마케팅팀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영암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공공비축미곡 배정업무와 관련된 세부 수치는 아래 도표와 같다.

다만, 농촌의 공공비축미곡 수매 현실상 초기에 배정받은 물량과 실제 수매에 응한 물량 사이에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50가마 이하로 배정받은 농가 중에서 이송수단이 없는 농가들은 자신이 배정받은 물량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위 도표에 드러난 수치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
현행 논농업 직불제도상 개인은 최대 30㏊, 법인은 50㏊, 들녘별경영체는 200㏊까지 신청할 수 있으므로 개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450마지기 9만평까지를 최대 상한선으로 해서 공공비축미곡을 배정하는 것이 옳다. 100% 직불제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마지기에 통상 1가마 정도가 배정되니까 1농가에 아무리 많아도 500가마 이상 배정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 불공정한 행정처리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500가마 이상 배정받은 농가들에 대해 정보공개를 신청하여 자료를 분석하고 도표를 만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표를 들여다보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500가마 이상 수매한 농가수가 무려 274농가에 이르고, 이들이 낸 전체 가마수가 22만1251가마나 된다. 근 3년간 시중시세와 공공비축미곡 1등 사이의 차액이 최소 1만원 이상이나 되므로 22만1251가마×1만원=22억1251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영암군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소수 몇몇 농가에 공공비축미곡 배정이 편중됨으로 인해서 22억 원 정도의 특혜를 준 꼴이 된 것이다.
2013년의 경우 2.1% 밖에 되지 않은 농가가 무려 17.1%나 되는 배정물량을 가져갔고, 2014년도에는 3.3%의 농가가 24.3%나 되는 물량을 독식했으며, 2015년도의 경우 3.2%의 능력 좋은(?) 농가들이 19.1%에 해당하는 공공비축미곡 배정물량을 차지했다.
더욱 심각한 수치는 1000가마 이상 수매에 응한 농가수가 3년간 48농가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 중에서 일부가 해당 읍면에서 처세하는 행태를 보면 주기적으로 읍면사무소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식사대접을 한다든지, 특히 읍·면장·산업계장 등을 별도의 장소로 불러 접대를 하는 모습 등이 목격되었다는 사실이다.
놀랄 일은 이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4년 삼호읍 A씨의 경우 경지면적이 166.7마지기(3만3349평) 밖에 되지 않는데 공공비축미곡 수매물량은 무려 3400가마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농사를 지어 수확한 전체 생산량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공공비축미곡으로 수매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농가는 자신이 생산한 전체 물량을 공공비축미곡으로 수매하고 나머지 물량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가져와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수치이다. 우리나라 1년 전체 쌀 생산량이 420만톤 정도 되고 공공비축미곡 수매량이 매년 39만톤 정도 되니까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자신이 생산한 나락의 10% 정도도 못되는 양을 배정받아야 상식에 맞는 일인 것이다.
이번 자료를 분석하면서 가장 최악의 수치는 힘없는 일반 농가들이 1마지기에 평균 1가마 정도를 배정받는데 2014년 시종면 B씨의 경우 15.8마지기를 경작했는데 무려 507가마나 수매에 응해 1마지기에 32가마를 배정받은 꼴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둘 중에 하나다. 이 농가가 대단히 수완(手脘)이 좋던지, 아니면 해당 업무를 본 공무원이 그날 제정신이 아니었던지 이 수치를 다른 방법으로 들여다 볼 능력이 필자에게는 더 이상 없다.
이정도 되니 더 이상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해당 공무원이 잘못을 하더라도 그 욕은 오롯이 군수에게 쏟아지게 되어 있다. 영암군 본청 직속기관 사업소 의회 읍면을 통틀어 32기구 148개의 담당이 있다. 정식직원만 650여 명에 이르고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1천여 공직자라고 이야기 한다. 민선6기 전동평 군수가 성공한 군정을 이끌고 6만 군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군수가 될 수 있도록 잘 보필했으면 좋겠다. 청와대의 누구처럼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전동평 군수 또한 군민들의 생활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현안문제에 대해서 아무리 업무가 많고 일정이 바쁘더라도 꼼꼼히 직접 챙기기를 제안한다.
정부가 25만 톤을 공공비축미곡 가격으로 추가 격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상당량의 공공비축미곡 배정량이 영암군에 내려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차 배정물량이 어떤 원칙과 기준에 따라 어떻게 배정되는지 그 결과를 똑똑히 지켜 볼 것이다.
공공비축미곡 배정관 관련된 업무의 개선책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이를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와 자세이다.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하지 말고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