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丙申)년 새해가 밝았다. 더욱이 새해 일출도 모처럼만에 선명히 올라오기까지 했다.
이와는 반대로 보신각에서 울려 퍼진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함께 오는 4월 13일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지역구는 사라지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획정됐어야할 선거구가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전국 246개 지역구가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구 부존재’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정의화 국회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의원정수 300명과 지역구 의석 246석을 기준’으로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여 줄 것을 요구했었다. 제출된 획정안으로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직권상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2일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에서도 선거구획정안 합의에 실패하고 말았다.
선거구 부존재 상황이 장기화될 개연성이 커지자 20대 총선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월 1일부터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예비후보자들이 등록을 신청해도 수리가 되지 않아 선거 운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들의 경우에는 선거관리위원회와 대검찰청의 방침에 따라 선거구 획정까지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등록한 예비후보자가 없다.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들조차 선거구 획정에 의해 지역구가 조정될 것이 확정적이기에 섣불리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가 여·야의 정쟁과 당리당략에 몰두하다가 선거구 획정 시한을 넘기면서 정치 신인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를 놓치게 되었고, 지역민들은 또다시 ‘깜깜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어 참신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 남겨둔 7일에도 기득권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주판만 튕기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농어촌 선거구 확보를 위해 지역구 수를 늘려야한다는 주장이지만, 그 속내는 시꺼멓다. 지역구 의석수가 늘어날수록 텃밭인 영남과 강원 지역의 의석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의석을 줄이는 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구 의석을 양보하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안 등을 내놓고 절충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탈당파들은 오직 세 규합에만 관심을 가지고 ‘호남 팔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권의 자칭 ‘경제활성화법안’ 등을 연계처리하려 하면서 얽힌 타래는 풀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을 비춰볼 때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여·야의 당리당략 말고도 현행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각자 민의를 대변해야할 정치권이 헌법과 법을 외면하고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좌시하기가 어렵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또다시 ‘바꿔’ 열풍으로 응징할 것이란 점은 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더욱 현명한 선택으로 정치권에 보답(?)해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