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시간의 연속된 과정이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밝아오는 것이 무덤덤하게 느껴진다면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하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냉철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뭔가 달라질 것처럼 늘 기대해 보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해 보았듯이 인생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삶의 현실을 깊이 있게 잘 들여다보고 잘못된 것을 극복하여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켜 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이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20:80의 사회라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개탄했지만 웬 걸 요즘은 1:99의 사회도 부족해서 가진 자 1% 중에서 0.1%가 0.9%를 활용하여 나머지 99% 국민을 지배하는 사회라며 풍자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낡은 수식어가 돼버린 지 오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기가 날로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혼자서 꾸는 꿈은 개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위로해 보지만 이상을 꿈꾸는 것 자체가 두려운 세상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년 전 ‘영암우리신문’이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일구는 참된 언론이 되겠다고 표방해 나섰을 때, 많은 분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돌이켜 회고해 보면 눈앞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명분과 이상만 좇는 겁 없는 청춘들이라고 염려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우리들은 그렇게 출발하였고 언제까지 ‘매주 신문을 발행할 수 있을까?’하며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한해의 끝자락에 당당히 서 있다.

영암언론협동조합이 발행하는 ‘영암우리신문’의 입장에서 보면 2015년은 잘 버텨내기 위한 한해였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듯하다. 어떤 분들은 신문의 내용이 너무 강하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기대가 크셨던 분들은 내용이 너무 약하거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도 말씀하시지만 어쩌면 우리들은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외로운 싸움판에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우려 속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잘 버텨내 신생 신문사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을 철폐하였고, 만든 지 1년 만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신청자격을 획득하여 당당히 서류를 접수하였으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2016년 우리들은 한 발짝만 더 전진해 보려 한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두려워하는 새로운 일들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어 보려 한다. 협동조합의 가치에 동의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내어 조합원을 더 늘리고, 독자권익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신문이 되도록 그 기틀을 다질 것이며, 서서히 ‘영암우리신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소통과 합의의 공간을 넓혀갈 계획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체념 섞인 속담도 있지만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진리와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는 사자성어도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