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선거구 부존재’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통폐합 기준에 오르내리던 영암·강진·장흥 선거구였지만, 이마저도 국회에 의해 사라지게 됐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구별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기존 3:1에서 2:1로 변경하라는 입법개정을 주문하며 현행 선거구의 효력이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유지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입법시한을 하루 남겨둔 30일까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구 획정 협상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타결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의 법적 효력은 사라져 2016년 1월 1일 0시를 기해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여야의 정치셈법에 따라 한치의 양보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극적인 타결조차 기대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 셈법의 중심에 영암·강진·장흥 선거구도 포함된다. 영암·강진·장흥 선거구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248석 이상일 경우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물론 주변 선거구 통폐합의 영향에 따라 변수는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국으로 넓혀 보면, 현행 246석이거나 그 이하일 경우 호남이 6석, 영남은 3~4석의 지역구가 줄어들게 되고 수도권 의석수가 늘어난다. 반면, 지역구 수를 249석 이상으로 획정하면 현재 새누리당 소속의 지역구 의석이 3석 더 보장되고 야당은 1석(영암·강진·장흥)만 통폐합 대상을 벗어날 수 있기에 여당은 지역구 수를 늘리려 애쓰고 야당은 줄이려고 한다. 정치지형 상 야권에서는 영암·강진·장흥 선거구가 ‘논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이런 정국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가 사라지는 상황을 ‘입법 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행 제도(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를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토록 지시할 방침이라 밝힌 상태다. 이후 획정위가 관련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로 획정안을 제출하면 내년 1월 8일 본회의 때 해당 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가능성마저 시사한 상태지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을 위한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직권상정마저 현실화될 판국이다.
이에 대해 원내정당임에도 선거제도 협상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다며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러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비례성을 보완하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억지로 일관해왔고, 더불어민주당은 양당 구조를 떠받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한편, 선거구 획정 논란의 중심인 이 지역에는 내년 총선에 뛰어들 예비후보자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이다. 설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하더라도, 31일까지 국회에서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선거구가 원천무효가 됨에 따라 예비후보자는 선거사무소를 폐쇄해야 하고 명함을 배부하거나 홍보물을 발송하는 게 금지되는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