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두고 이곳저곳에서 선행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월 10일과 11일, 미암자율방재단(단장 곽성남) 단원 40여명은 미암관내 불우한 이웃들을 찾아 쌀 25가마와 라면 30박스를 전달했다. 미암자율방재단의 이러한 선행은 남몰래 1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가난이 개인의 도덕적 해이, 나쁜 습관, 무능력에서 기인한다는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불평등과 가난에 대해 가장 집요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저자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책을 보면 불평등의 가장 큰 이유는 불평등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게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갖다 바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난과 경제 제도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배포하고, 불평등과 가난이라는 문제를 모두 경제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들이 말하는 경제라는 것은 진정한 자본주의, 진정한 시장경제와는 한참 멀다고 비판한다.
구체적으로 저자의 내용을 보면 오늘날 만연한 부의 불평등 문제는 기업인을 주축으로 한 세력이 학계와 언론, 시민 사회에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배포한 결과물로 특별한 사례 몇몇을 제외하고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핵심 원인은 점점 더 왜곡되어가는 불평등한 권력에 있다고 저술하고 있다. 더불어 불평등한 권력은 경제 정책을 가진 자 쪽으로 돌려 다시 부를 축적하게 하고, 못 가진 자들의 부의 불평등 근절에 대한 논의를 개개인에 대한 복지 논쟁(복지가 과연 필요한지, 복지의 범위가 어떠한지에 대한 논쟁으로 바꾸고 마지막에는 제한된 예산을 문제 삼아 ‘어쩔 수 없이’ 복지의 범위를 좁혀버린다)으로 변질시켜 대중이 분배와 성장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왜곡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못 가진 자들이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도록, 새로이 권력을 얻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벽을 세우고 있다고 저술하고 있다.
사회학자인 로이스는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하는 원인과 결과를 자본의 문제이기 이전에 권력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오늘날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아름다운 선행이지만, 이 선행이 단지 시혜를 베푸는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생활과 미래를 꿈꾸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현실을 함께 바꿔나가는 근본적인 차원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웅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