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6시 삼호 대불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KC주식회사 사내식당에서 KC노동조합이 주최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조합원 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민점기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장과 신환섭 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송환 민주민생 목포행동 대표를 비롯한 내외빈과 조합원 가족을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뜻 깊은 행사였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눈에 띄었던 점은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조합원 가족들이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모아 경매형식으로 재미있게 기금을 마련하는 모습과 비싼 돈을 주고 초청한 연애인의 공연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장기자랑을 선보여 행사에 참석한 모두가 큰 웃음과 함께 하나 되는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조합 간부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개악문제들을 비롯한 주요 노동현안을 연극으로 선보여 가족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거듭 칭찬해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행사에 유독 주목하게 됐던 이유는 농촌의 아들·딸들이 도시에 나가면 모두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생계를 꾸리며 생활하게 되는데 행사를 통해 노동조합과 노동자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과 흔히 노동조합 하면 공장 안에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단체협상투쟁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KC노동조합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영암군지부 민경관 위원장과 서동원 사무국장이 이끌고 있는 KC노동조합 간부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 계기는 지난달 영암군청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있었을 때, 행사가 마무리된 후 KC노동조합 간부들이 끝까지 남아서 쓰레기를 줍고 행사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본 이후이다. 이날 KC노동조합 간부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삶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 오래된 단련을 통해서 습관화되지 않으면 쉽게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무실, 군대 내무반처럼 각을 잡아 정리해 놓은 비품들, 누구에게 미루지 않고 솔선수범 먼저 나서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려는 간부들의 손놀림,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 KC노동조합 간부들 같았다.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이후 ‘과잉진압이냐 폭력집회냐’를 두고 민주노총에 따가운 사회적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요즘 공장 안에서 자신들만을 위한 임금인상 단체협상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적 관심사와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응당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한 운동과 먹고 살기위한 생계, 가족들과의 일상적인 소통을 함께 잘 해나가고 있는 KC노동조합에서 우리사회의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

<박웅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