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공식 브랜드 슬로건으로 ‘기(氣)의 고장 영암’을 특허청에 공식 등록했다.
공식적으로 ‘氣의 고장’은 영암이 되었고 그에 따른 법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몇몇 지자체에서도 ‘氣’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적극 나선 탓에, 그 법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 영암군이 부단한 준비를 통해 특허등록까지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무형(無形)의 ‘氣’를 영암의 것으로 알리기 시작한지 20여 년 만에 비로소 공식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氣’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대다수의 군민조차 모르고 있다. 외지인들에게도 역시 ‘氣’와 ‘영암’을 연계시킬만한 특정한 지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물(事物)이 아니기에 보다 더 구체적인 의미가 부여되어야 함에도 여전히 대처가 미흡했던 까닭이다.
인근 지역을 보더라도 ‘유형(有形)’의 것을 브랜드화해서 성공한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영광 = 굴비’, ‘함평 = 나비’ 등은 거의 고유명사화 될 정도로 인식된 상태다. 반대로 무형(無形)을 브랜드로 성공시키기에는 너무나 버겁다. ‘민주·인권의 도시 = 광주’ 역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이를 동의해주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하기에 ‘氣의 고장 영암’으로 특허 등록은 되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보인다. 이에 특허 등록에 안주하지 말고 연속된 준비를 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氣의 고장 영암’에 대한 BI(Brand Identity, 브랜드 이미지 통일화 작업) 개발을 함께 시도했던 점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일반 컴퓨터 글꼴의 활용은 다소 밋밋한 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BI 제작으로 홍보효과를 노렸다면 좀 더 신중히 접근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암군에서는 거래하고 있는 전문 디자인업체에 맡겨 BI 제작을 의뢰하고, 업체가 제시한 도안에 대해 영암군청 실과소장과 영암군의원들의 자문을 거쳐 특허출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비용이 15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 ‘터무니없다’는 평가가 많다. 꼭 전문가가 심사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실과소장·군의원의 자문만으로 BI 도안을 결정했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자체에 허점이 많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영암’이라는 글꼴이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고,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우측으로 길게 늘려 삐친 획과 무지개 색상이 무엇을 의미하고 氣·영암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1500만 원짜리 BI치고는 너무도 아쉬울 따름이다.
그럴 바에는 ‘BI 공모전’을 개최해서 ‘氣의 고장 영암’이란 내용을 전국과 ‘소통’하고, ‘氣의 고장’을 널리 홍보할 기회로 가져갔다면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작은 실책에서도 반감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소통’이 없는 결정과 고시로 의문과 반감의 깊이는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氣’를 처음 내세웠던 20여 년 전 그 때처럼 말이다.
변함없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풍토를 버리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여전하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매조지하자면, 매번 뻔한 사람들로 채워놓고 결정권을 쥐어주는 ‘XX위원회’와 세금 축내는 단체가 너무 많다. 법령·조례 때문에 구성은 해야 되는데 새로운 사람을 찾기는 귀찮고, 그래서 매번 같은 사람으로만 구성하다보니 소통되는 사람은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기득권을 세습하는 그들만의 천국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관행화된 모습들을 탈피해 지역민들과 진정한 소통을 즐겼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영암의 지역발전과 희망찬 미래를 앞당길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