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값 폭락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도 못한 채 밥쌀용 쌀 수입에 여념이 없는 정부와 무능한 정치인들 탓에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 간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고작 20만 톤 시장 격리를 계획하며 무슨 대단한 대책을 세운 것 마냥 자화자찬 일색이다.
농민들은 피땀 흘려 풍년농사를 일구었지만 돌아온 것은 나락값 폭락이라며 마냥 한숨뿐이다.
최근 지역 내에서는 ‘농협 영암군지부, 지역농협, 영암군 농협 통합 RPC’를 상대로 영암군농민회가 지속적인 투쟁을 펼치고 있다.
애당초 영암군농민회는 오는 14일에 있는 전국농민대회 참가 등의 ‘대정부 투쟁’을 기조로 농심을 표출할 계획이었다. 이와 동시에 영암군과 지역농협들의 적극적인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청하며 지역 내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전동평 군수로부터 지자체 차원의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으로 ‘영암군이 어려운 지자체 재정여건에서도 10억여 원의 자체 예산을 긴급 편성해 농민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답변을 얻게 되었다.
각 농협들과 통합RPC에서도 나락값 지지와 농가 희망량 전량 수매 등 영암군농민회의 요구안 일부에 동참하며 쌀값 폭락에 따른 어려움을 지역 전체가 함께 극복해 나가는 듯 보였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3년 전 영암군 농협 통합RPC가 영암군농민회와의 합의를 통해 15%에서 15.5%로 수분기준을 낮췄음에도 농협 쪽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원래의 수분기준 15%로 돌려버렸다.
올해 조합장 선거로 당선된 새로운 조합장들에게 정확한 내용이 인계되지 않은 까닭에 판단 착오가 생긴듯 하다. 농협 쪽에서는 ‘합의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합의 내용의 진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영암군농민회가 당시의 합의 도출과정을 동영상으로 보관하고 있음을 밝혔고 지역 농협들의 사정을 십분 이해해 내년에 재합의할 여지가 있음을 전달했으므로, 농협에서 착오를 인정하고 원상 복귀를 선택하면 마무리 되는 상황이었다.
지역 농협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배려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지역 농협들은 자체 시설 이상으로 수매를 했고 별도로 저장시설을 임대할 정도로 적극적인 곳도 있었다. 이러한 탓에 이제는 개별 농협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농민 조합원들과 합의된 사항, 즉 신뢰회복 문제를 지지부진 처리함에 따라 결국 명분도 잃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대정부 투쟁에 전념하려던 영암군농민회를 지역 농협들 스스로 지역에 묶어버린 것이다.
영암군농민회는 현재 2차에 거쳐 나락을 야적한 농협 영암군지부 앞을 비롯해 각 지역 농협들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추가 야적 투쟁을 펼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그동안 농협 개혁 학교를 통해 축적한 지역농협 개혁에 대한 지식을 이번에 쏟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투명한 운영 공개, 구조 조정 등 조합원의 권리를 행사하고, 면세유류를 비롯한 비정상적 운영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엠바고를 요청한 내용들도 포함한다면 지역 농협들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 누구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길 바랄 것이다. 마지막까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