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영암군지부장 민 경 관

지난 9월 13일 박근혜정부와 전경련, 한국노총 등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말로 노사정야합을 했다. 노사정야합이 이뤄진 후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노동시장5대입법’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와 상임위를 거쳐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내에 개악법안을 처리해서 노동시장 구조 법안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사정야합으로 이뤄진 내용을 보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노동자들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좋아져야 개혁이지,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개악 아닙니까? 맘대로 해고하고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고 하면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인가요?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해서 경쟁하게 하고 정년을 연장할테니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노동개혁인가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왜 노동자들이 분노하는지,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노사정야합 이후 새누리당이 상정한 법안의 내용 중 4가지만 살펴보면 일반해고 도입,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임금삭감과 노동시장 연장,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  
첫째, 노동자가 너무나 쉽게 해고 될 수 있는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해고는 흔히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통상해고로 구분된다. 징계해고는 사업운영의 심각한 손실이나 명예를 훼손시키는 등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 양정인 해고이며,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해고를 말하며 마지막으로, 통상해고는 노동자가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을 경우에 단행되는 해고를 말한다. 여기에 정부는 ‘일반해고’를 신설하려고 하고 있다.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사용자는 노동자를 객관적 근거 없이 평가할 수 있게 되고, 강제전환배치나 정신교육 등을 거친 후 손쉽게 해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전 해고를 제한했던 노동법은 휴지조각이 된다.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찍히면 짤리게 되는 것이다.
둘째,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상시업무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비정규직으로 대체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살아가고 있는데 이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한다면 정규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온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통탄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셋째, 임금삭감과 노동시간 연장 ‘시간외근무 포함 주당 52시간’을 ‘60시간’까지 연장하겠다고 한다. 11월2일, '1인당 평균 실제 연간 근로시간'에 관한 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시간제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1인 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멕시코(2천228시간) 다음으로 장시간이다. 미국(1천789시간), 이탈리아(1천734시간), 일본(1천729시간), 영국(1천677시간), 프랑스(1천473시간), 덴마크(1천436시간), 노르웨이(1천427시간), 네덜란드(1천425시간), 독일(1천371시간)이다. 가장 짧은 나라 독일은 1천371시간에 불과한데, 이는 한국인이 8개월 일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인은 독일인보다 연간 4개월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과 같이 일한다면 이 나라는 지금보다 50% 많은 취업자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개악은 정부가 청년일자리 운운하는 것이 모두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통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개별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집단적 동의를 요구함으로써 사용자의 일방적 법규범 제정 권한을 제한하고 사용자와 노동자 집단을 공동의 법규범 제정권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게 되면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자에 의해 노동자의 쉬운 해고, 임금삭감,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물론,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을 무력화될 수 있다.
부익부빈익빈의 심화로 사회양극화는 심화되고 노동자의 삶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헬직장’, ‘헬조선’의 현실을 가속화 할 것이다. 기업만 살기 좋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