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은 며칠 더 남았는데 가을 날씨치곤 유난히 춥기만 하다. 모두들 온몸을 움츠리며 감기와 싸우고 있다.
국민들의 추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박근혜 정부가 11월 3일 국민들의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만드는 내용을 연이어 쏟아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또 그에 못지않은 과거로의 회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하필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었다. 86년 전 ‘조선독립만세’, ‘일본제국주의타도’, ‘광주중학타도’, ‘식민지교육철폐’를 외치던 광주 학생들의 항일투쟁을 기리는 날이었던 것이다. 광주항일학생운동의 일본인 학생들과 광주 학생들의 나주역전 충돌에서 발단됐다. 일본인 중학생의 광주여자고보 학생을 희롱한데 격분해 광주 학생들과 집단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순경들은 일방적으로 일본인 학생들을 편들고 광주 학생들을 구타했으며, 일본인 신문이었던 당시의 ‘광주일보’도 일방적으로 일본인들을 옹호했었다.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일제의 4대 명절 명치절이었던 11월 3일을 기해 광주의 학생들이 일제히 궐기했던 것이다.
우연이었든 의도적이었든지 간에 이런 뜻 깊은 ‘학생의 날’, 친일 독재의 후손들과 그 추종세력들이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한 것만큼은 그들의 사고 가치를 충분히 드러냈음을 알 수 있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선언 후 전국은 급격히 들끓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반대 시위와 촛불집회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의 일선을 책임지는 교사·교수들과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된 상황이다.
또, 대구·울산·경북 교육감을 제외한 모든 시·도 교육감들조차 성명 및 시위를 통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독재 회귀’라며 강도 높게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취에서 퇴행하는 것이다. 다양성과 자율성은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교육 본질적인 면에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임에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독점으로 교육 획일화가 우려되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들이 반공교육을 일삼아 많은 국민을 세뇌시켰던 것처럼 다시금 독재를 시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여기에 86년 그 때처럼 언론매체에 대한 통제까지 겸하고 있기에 더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인터넷 신문’에 국한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강행될 시 인터넷신문 매체 80% 가량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언론의 소멸을 의미한다. 문화부가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 강변하며 어뷰징 낚시성 기사 문제와 중재건수 비중, 유사언론 문제를 들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전체 미디어환경의 문제로 단순히 인터넷 신문 등록요건 강화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런 수많은 우려에도 80년대 1도 1사와 같은 방식의 언론 통제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이제 ‘권력의 의지대로 역사가 기록하고, 권력의 의지대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사회’가 한치 앞으로 다가왔다. 
국토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식민지 하의 민족현실을 읊어냈던,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오늘 다시 읊조린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중략)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