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성 참발효연구소 대표

10월 중순, 마당의 단풍나무에 고운 색이 들기 시작했다. 스산한 바람에 가벼운 외투가 어울리는 10월. 들녘의 벼는 하룻밤 사이에 푸대에 담겨 토방 위로 옮겨져 있다.
어릴 적 숯 돌에 낮을 갈아가며 가을걷이를 하였던 기억이 있다. 다랑 치 논이나 산두는 홀태를 이용한 기억도…
동네사람 서로 서로 품앗이 하며 배어놓은 나락이 논바닥에 나름의 질서대로 놓여있던 모습을 추억하는 건 오늘날 너무 구시대 적이겠지만, 그러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싫지 않다.
오히려 무한궤도의 거친 흔적이 남아있는 논을 보면서 흑백사진과 컬러 사진 모두를 소장 한 듯해 만족스럽다.
이러한 감성어린 추억 때문일까. 시골에 정착할 수 있는 토지를 마련하고부터는 참 부지런히도 배우는 것에 열중했던 것 같다. 5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시골로 내려가기 전 까지는 확실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다심을 했던 터라 배우는 것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김치’. 첫 번째 목표로 세운 것이 김치였다.(결론은 현재 김치 특허출원 가지게 됐다.)
상당한 수강료를 지불하고, 처음 배운 김치는 내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심을 다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을 했다.
김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런 이유로 서점에 들러 다양한 김치 관련 도서 구입은 물론, 대전, 서울, 전주 등과 같은 음식전시회 및 음식대전을 찾아다닌 끝에 원하는 김치를 찾게 되었다.
현재는 그분을 이모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그 분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가 큰 고민 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용기를 내어 찾아 갔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면서 많은 것을 여쭤보아도, 이모님은 언제나 때로는 바쁜 와중에도 반겨주시며 당신의 김치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그렇게 오고가는 많은 이야기 속에 이모님은 항상 반복 적으로 소금과, 젓갈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소금과 젓갈’. 맛있는 김치를 위해 공부할 것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소금. 그래 소금에 대해 알아보자’ 그렇게 시작한 소금 공부는 언제나처럼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해 읽어보는 것으로 출발했다.
막연하게 소금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특히 신안에서 나오는 모든 소금은 천일염으로 다 좋고 다 같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낄 만큼 신비하고, 새로운 내용에 흥분된 나는 소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