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들마다 각종 행사와 마을을 돌며 조합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을 분주히 하고 있다.
이번 선거로 영암군에서는 지역농협 8곳, 축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모두 10개의 조합이 조합장을 선출하게 된다. 지역의 선거인수는 약 2만여 명이다. 영암군선관위가 출마 후보자를 26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평균 경쟁률이 2.6대 1이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는 바람에 후보자들의 도덕성이나 정책, 경영전략, 장·단점 등을 비교 평가할 수 없어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현행법상 토론회나, 정책설명회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후보자와 조합원들은 모두 현행 선거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제한적인 선거운동 때문에 오히려 불·탈법이 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수단이 마땅치 않아 개별 접촉을 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진다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전국적으로 불법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판이 치열할수록 불·탈법의 정도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고, 조합원 숫자가 적은 조합장 선거의 경우도 금품 향응제공 등 불법이 판칠 수 있다.
또 현직 조합장과 그렇지 않은 후보자 간 선거운동의 형평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직 조합장들은 감시와 단속의 초점이 자신들에게 맞춰져 있어 다른 후보자보다 더 제약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자들은 대부분의 조합장들이 업무를 빙자해 조합원들을 쉽게 접촉할 수 있으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이 엄청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또한, 매년 시행하고 있는 각 지역 농협들의 사업들을 선거 이전으로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가 하면 소식지까지 배포된 경우도 있다며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공정하지 못한 선거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각 조합마다 조합장의 임기가 달라 연중 선거가 치러지는 폐단을 막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불·탈법 선거가 끊이지 않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되어 실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면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고액 연봉(전국 평균 8900만 원)에, 조합의 각종 사업과 예산, 임직원 인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합장은 공직선거 못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달 26일부터 가능한 선거운동, 불과 10여일 남짓으로 조합원들이 조합을 위하는 올바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불·탈법 선거 분위기가 조장되고 밑도 끝도 없는 상호 비방, 흑색선전, 고소·고발 등으로 얼룩지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과 조합원의 몫이 된다.
그런 만큼 경쟁자 간 역량과 최소한의 도덕성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정책설명회와 공개토론회, 사전 예비후보 등록제 등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