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조합원을 중심에 놓고
조합을 운영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

오는 3월 11일에 농협 조합장 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1천개가 넘는 전국의 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과 선관위가 주관하여 진행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의미 있는 선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금권과 불법선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는하나 후보자들의 선거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함으로써 현직 조합장들에게 너무 유리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 영암에서는 군서농협, 금정농협, 도포농협, 삼호농협, 서영암농협, 신북농협, 영암농협, 월출산농협, 영암축협, 산림조합 등 10개 단위의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조합의 선거를 보면 조합의 관할구역이 합병농협을 제외하고는 1개 면이고 합병농협도 2개 면에 국한되기 때문에 조합장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조합원 대부분과 혈연과 학연으로 엮여있다보니 조합장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집안을 따지고, 출신 마을을 따지고, 자신과 친한 정도를 따져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농협은 자산이 최소 몇 백억 원에서부터 많게는 1천억이 넘는다. 또한 구매사업과 판매사업, 마트사업이 주를 이루는 경제사업의 규모만도 작게는 150억 원부터 많게는 500억 원에 이르며 평균 300억 원 정도의 경제사업을 하고 있으며 조합원을 위해 사용하는 교육지원사업비가 농협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4~7억 원 정도의 자금을 사용한다.
이러한 농협의 최고 책임자로서 농협의 운영방향과 사업의 내용과 규모, 조합원에 대한 환원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조합장이다. 따라서 조합장을 어떤 사람으로 뽑는가는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이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첫째,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농협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농협이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농협에게 바라는 것이 많이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직접 농협을 찾아가 이것은 이렇게 해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따라서 농협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농협에 찾아와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농협이 조합원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에 한 번씩 하는 형식적인 보답대회 뿐만이 아니라 농한기에 조합장이 수시로 마을을 방문하여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기 위해 발 벗고 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조합의 일상적인 업무는 대부분 전무만 있어도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합자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조합장은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기 위해 전국을 돌아디니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지역의 농산물을 홍보해야 한다. 농협이 판매사업을 한다면서 수수료만 따먹고 조합장이 조합장실에만 앉아있어서는 농협의 발전에도, 조합원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판매사업을 위주로 한 경제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농업에 대한 대책수립이 없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혈안이 되면서 농업의 현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고 농촌인구는 고령화되고 감소하고 있으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농협은 더 이상 신용사업을 통해서는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사업이 위주가 되는 경제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판매사업은 단시간 내에 시행하기도 힘들고 실적을 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농협이 조합원에 대한 영농지도를 철저히 하고, 판매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춰나가야 하며 판매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손해를 대비하여 유통손실보전적립금도 충실히 적립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긴 안목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조합장으로 뽑아야 한다.

넷째,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할 말은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고, 농협을 발전시키며 더 나아가서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신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의 현실은 조합원들과 농협만의 노력으로는 헤쳐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지금의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중앙회에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할 말은 할 줄 아는 조합장이 필요하다.

다섯째, 조합원과 대의원들에게 농협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조합 사업에 참여하고 조합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조합의 성공여부가 달라진다. 그런데 농협은 지금까지 조합원들에게 조합에 대해 교육을 하는데 게을렀다.
특히 농협의 대의원은 농협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최소 몇 백억 원에서부터 최고 1천억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농협의 예산서와 결산서를 심의하고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서와 결산서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예산서와 결산서를 심의, 승인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의원들에 대해서는 예산서와 결산서를 보는 법에 대해 초보적인 교육이라도 해야 한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예산서와 결산서를 들이밀면서 승인해달라고 하면 이는 대의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한 말과 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선거를 봐도 그렇지만 후보자들의 공약이 빌 공(空)자 공약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공약의 내용이 허황되지 않고 치밀한 사전조사와 계획 속에서 나왔는지,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가 지금까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공약도 현실성이 없고 후보자가 자신의 공약에 대해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1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조합장 선거.
분명 처음 시행되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로서도 그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모든 조합원들이 심사숙고해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조합원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조합장을 선출하여 이번 선거를 축제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