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우리신문은 지난 주 38호의 1면 기사를 통해, ‘구정봉’이라는 공식 지명에 ‘큰바위얼굴’이라는 부기명을 붙여 지명을 변경하려는 논란을 보도한바 있다.
해당 기사를 요약하자면, 영암소방서·국립공원관리공단월출산사무소가 나서서 구전되어오던 ‘구정봉’의 별칭인 ‘장군바위’라는 명칭이 천황사 인근의 ‘장군봉’과 혼선을 초래하므로 지명을 ‘큰바위얼굴’로 통일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영암군에서는 이를 검토했다가 실상을 파악하고 ‘지명 통일안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다.
영암군에서는 당시 영암소방서가 제안한 내용이 ‘실제 발생된 사실’로 잘못 인식했던 것이 실수였다며, 개인의 명명으로 인한 지명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영암우리신문 기사가 혼란만 부추긴다?

기사가 나가자 ‘큰바위얼굴’로 명명했다는 해당 사진 작가는 본사를 찾아 의견을 나누었다. 해당 작가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월출산을 위해, 지역을 위해 펼치는 사업이었는데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의견과 “큰바위얼굴이라는 주장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지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함에도, 지명변경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영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반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명변경을 급히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영암에서 구정봉 등반을 위해 가장 가까운 회문리 큰골 등산로를 복원하는 운동 등을 펼쳐, 영암에 실익이 있도록 만들고 그 이후에 지명변경을 논의한다면 지역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겠냐”는 고언까지 친절히 전했었다.
하지만, 이후 특정언론에서 영암우리신문을 겨냥해 “일부언론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고, ‘구정봉(큰바위얼굴)’으로 지명이 확정됐으며, 혼란을 부추기지 말라”는 식의 보도와 함께 사설·기고문까지 동원해 우리신문의 기사가 잘못된 것처럼 호도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명변경에 아무런 권한 없어…
영암군, “‘변경 불가’ 통보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에 재차 지명변경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영암군의 입장을 요청했다. 영암군의 입장은 “변함없이 공식 지명은 ‘구정봉’이며 ‘큰바위얼굴’을 병행기재하지 않겠다”는 의견이었다. 주요 부분을 그대로 전하면 “아무리 우리가 그것이 아니고 그것이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이다. 왜 자꾸 큰바위얼굴하고 같이 연계해서 그렇게 하냐 말을 그렇게 했거든요. 그렇게 말을 해도 일부 언론에 기고도 하고 기사도 그렇게 나오고 해서 대꾸하기도 이제 싫다. 지명은 월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며 영암군에서 결정하는 사안이고 우리(영암군)가 큰바위얼굴을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답답하다. 지명 변경이 되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왜 그렇게 나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밝혔다.
지명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인 영암군의 권한이고, 국립공원관리공단·영암소방서에서 나서더라도 ‘지명 공식 채택’이 될 수 없는 사안이며, 국립공원관리공단 월출산사무소에서 밀어붙인다고 지명이 변경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 지명 변경을 한다한들 영암에 실제적 이익이 없는데 군비를 써가며 홍보해서, 강진군에만 득이 되는 일을 하면 예전처럼 또다시 원성만 높아져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명 변경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법률’ 따라야

또, 영암군 관계자는 “개인에 의해 주장된지 6년 여 밖에 되지 않은 지명을 설령 영암군에서 통과시킨다하더라도 공식 지명이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91조에 ‘시·군·구의 지명에 관한 사항은 관할 시·군·구 지명위원회가 심의·의결하여 관할 시·도 지명위원회에 보고하고, 관할 시·도 지명위원회는 관할 시·군·구 지명위원회의 보고사항을 심의·의결하여 국가지명위원회에 보고하며, 국가지명위원회는 관할 시·도 지명위원회의 보고사항을 심의·의결하여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더 구체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지명위원회 위원의 자격 등’을 철저히 기재했다. 지명을 아무나 바꾸는 것이 아닌 것이다.
쉽게 말하면, 영암군에서 조건에 맞는 지명위원회를 구성해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전라남도지명위원회를 결성·소집해 통과를 시켜야하고, 전라남도에서 통과되었더라도 ‘국가지명위원회’가 결성·소집되어 이를 의결해야만 비로소 ‘공식 지명 변경’이 되는 것이다.

‘독도’는 ‘다케시마’인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나라에는 지명 및 소유권 문제가 끊이질 않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의 ‘독도’, 대다수의 세계 지도에는 ‘일본해(Sea of japan)’로만 표기된 채 우리 국민이 부르는 ‘동해’는 병기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그러하다.
‘독도’의 소유권 문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명칭만 놓고 보면 일본은 1600년대부터 울릉도를 ‘다케시마’, 독도를 ‘마쓰시마’로 불러왔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우산도’, ‘석도’ 등으로 부르며 표기하다가 문헌상으로는 1906년에서야 처음 ‘독도’라고 표기했기에, 이전에 불리던 곳이 독도가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산도’가 ‘독도’가 아니라는 주장을 대한민국이 확인시켜줘야 하는 것인가, 일본이 밝혀야 하는 것인가?
마치 지금 구전되어오던 ‘장군바위’가 ‘구정봉’이 아니라는 주장이 위의 ‘독도’와 비슷하다. 굳이 공식문헌만 따지면서 “장군바위라는 기록이 없고, 2005년 이후에서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처음으로 ‘장군바위’라고 명칭을 썼다”라는 주장이 정확히 앞서 말한 ‘독도’ 분쟁과 일치한다. 아직 문헌을 검토해볼 시간이 없어 거의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2004년 이전에도 구정봉의 ‘장군바위’를 표현한 내용 정도는 이미 확인이 됐다. 결국, 구전되어오는 ‘장군바위’를 애써 부정하며, 꿰맞추기식 논쟁을 한다는 것은 헛된 시간낭비일 뿐이다.

사실 현재 상태로는 아무리 ‘지명변경’ 가능성을 타진해봐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바위얼굴이라 주장하며 ‘공식 지명 채택’,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등 지역민들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언행과 함께, 외지인들을 앞세워 계속해서 ‘지명 변경’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그 가능성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심’이 없다는 해당 작가의 의중을 존중하며, 다시한번 이성적으로 대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