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지난 5월 29일 영암군의회 제231회 임시회에서 행해진 삼호지역구 김철호 의원의 5분 자유발언으로부터 촉발된 (유)YK환경의 소음·악취·유해물질 배출문제가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필자(筆者)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그간 영암의 모 지역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모아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려 노력하며 세 번 정독(精讀)하였다. 특히 7월말에 기사화되어 최근 영암 정가(政街)와 미암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내용도 읽고 또 읽고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 영암군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의록 검색창에서 그날의 회의록도 꼼꼼히 챙겨보았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지난 3일 편집국장과 함께 당사자인 김철호 의원을 의원실에서 직접 만나 의견을 물어본 것은 물론 실명(實名)과 이니셜로 거론된 사람들의 입장도 확인해 보았다.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김철호 의원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미암면에도 악취를 발생시키는 돈사와 퇴비공장이 있고 분진과 소음을 유발하는 레미콘공장에 골재(骨材)를 생산하는 석산(石山)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암면 주민들이 유독 (유)YK환경의 악취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YK환경에서 뿜어내는 수증기와 연기 속에 인체(人體)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疑懼心) 때문이다.
1급 발암물질은 인체에 확실히 암(癌)을 유발하는 물질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름알데히드, 석면, 우라늄, 벤조피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다이옥신은 쓰레기를 태울 때 많이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으로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성된다. 다이옥신은 인간이 만든 모든 물질 중에서 가장 독성(毒性)이 높은 것 중의 하나로 베트남전쟁 때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枯葉劑)인 ‘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요 성분이며 치사량(致死量)이 단 0.15g이고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천 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다이옥신은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피부를 통하거나, 먼지·연기·증기 등을 들이마셔 폐를 통하거나, 구강을 통해 주로 흡수되는데 이들 경로 중 어디로 들어가든 전신(全身)에 해(害)를 미친다. 다이옥신의 독성에 대해서는 지금도 연구 중이지만 각종 암, 기형아 출산, 유전자 돌연변이, 발기부전, 신경계 질환, 만성 피부질환, 근육 기능장애, 여러 가지 신체의 염증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의 본질과 의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다음으로 김철호 의원은 정치(政治)와 의원(議員)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깊은 사색(思索)과 성찰(省察)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 사회학을 창시한 막스 베버가 죽기 직전인 55세 때 쓴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어보면 정치인은 신앙 또는 신념을 통해 갖게 된 스스로의 내면적 믿음인 ‘신념 윤리’와 신념을 현실 속에서 이행해야 할 책무인 ‘책임 윤리’를 동시에 가지고 “나는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라는 물음과 “어떻게 나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래서 어떻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서로 모순(矛盾)된 물음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근대 정치학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보면 “직함이 인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함을 빛나게 한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해당 신문에 게재된 김철호 의원의 주장과 논리를 읽고 또 읽어 보아도, 의원실에 직접 방문하여 당사자인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보아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미암면 주민들의 주장을 왜곡하고 결과론적으로 고통을 외면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草家三間) 다 태우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주관주의에 빠져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또한, 김철호 의원은 “무슨 일이든 사실에 입각해 논리를 펴고 주장을 해야 한다”고 본인 입으로 말하면서도 정작 스스로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무리한 논리적 비약과 추측으로 실명까지 거론해가며 여러 사람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해당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A씨가 2014년 11월 촬영했다는 사진 속 연기는 수증기였음에도 이를 마치 연기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영암우리신문’이 지난 34호 1면에 게재한 사진은 본사 취재기자에 의해 2014년 12월 10일 오후 4시 50분에 촬영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김철호 의원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영암우리신문’이 A씨의 사진을 가지고 잘못된 보도를 한 것처럼 지적하였다. 또한, 다이옥신을 비롯한 1급 발암물질들이 공장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들이마셔 폐(肺)를 통한 경로로도 각종 암(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상식에 가까운 문제임에도 ‘수증기’에는 절대로 유해한 성분이 섞이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철호 의원은 “B씨가 사위인 C씨의 힘으로 군수를 설득, 과도한 행정행위를 하게 했다.”고 주장하였다. 의원실에 직접 방문하여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였냐고 물어보니 미암면발전협의회가 지난 7월 20일 군의회를 방문했을 때 B씨가 이야기의 60% 정도를 주도하였는데 전후 문맥을 살펴보니 누가 들어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추측(推測)하여 위와 같은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추측하여 자청(自請)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했다는 소리이다. 필자는 김철호 의원이 좀 더 신중하고 무겁게 처신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해야
마지막으로 김철호 의원은 대안을 제시함에 있어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YK환경의 악취와 소음이 법적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대해 주민대표와 공무원, 전문가, 언론사 등 관계자들이 함께 직접 현장에 나가 필요한 시간만큼 확인, 허상과 실상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미암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기계도 사람이 만들고 그 운용 프로그램도 사람이 만들며 실제 조작도 사람이 한다. 김철호 의원이 제안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짜 허상과 실상이 가려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법적기준에 맞게 운영되는지 일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업체측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변명할 것이 아니라 업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조정자(調停者)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의원들의 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유)YK환경도 정말로 억울하다면 주민들이 수차례 주장하고 있듯이 공장 내 감시카메라 설치, 대기오염 측정 장치 설치, 1일 가동시간 준수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상 조업을 하면 되는 일이다. 법대로 운영하고 있고 유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면서 그 무엇이 두려워서 주민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원래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논어(論語)를 읽다보면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나 이리어병(而利於病)하고 충언역어이(忠言逆於耳)나 이리어행(而利於行)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직한 말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고백하건데 필자도 김철호 의원과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이다.
불의(不義)를 보면 참지 못한다. 말을 돌려서 하지 못하고 늘 직설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오해를 사는 일도 종종 있다. 미암면에서는 김철호 의원의 언행에 대해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변호사 선임 절차도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안타까운 일이다.
늪은 수렁의 한 종류인데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현재 김철호 의원 또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정치적 늪’에 빠져있는 듯 보인다. 집착(執着)을 버리고 용기를 내서 과감히 새로운 행보를 할 수 있길 희망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김철호 의원의 5분 자유발언으로부터 시작된 문제이니 김철호 의원이 주도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쓸데없는 다툼으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기 보다는 이제 본래의 문제인 미암, 시종, 신북, 영암읍 등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관련 집단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대책을 세우기 위해 주민, 공직사회, 정치인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 좀 더 살기 행복한 영암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는 영암을 그 어느 곳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영암사람들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