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산 공공비축미 수매가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영암 지역에 광범위하게 수발아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등급이 하향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막상 특등을 받는 비율이 대폭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깊은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군서면(구림109)을 시작으로 9일 도포(영호54), 영암읍(춘양104), 미암(춘동90), 시종(내동110) 등에서 수매를 진행했다. 이번 수매는 다음달 5일까지 1차분 공공비축미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비축수매에 돌입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올해 벼 농사가 대풍이라는 분석 때문에 공공비축미 우선 지급금(40㎏기준)이 지난해 5만2000원에서 올해 4만5000원으로 떨어졌지만 실제 추수를 해 거둬들인 벼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톤백(Ton Bag)에 담아 온 벼를 40㎏ 포대에 나눠 약 70여포대를 수매에 나선 한 농민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특등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대다수가 1등급이다”며 “그나마 나는 나은 편이고 지인들 상당수는 2등급을 맞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수매 첫 날인 8일과 9일 이틀간 진행된 공공비축미 수매결과 특등은 14%에 그친데 반해 1등급은 74%, 2등급 11%, 3등급 1%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특등 31%, 1등급 68%, 2등급 1%였고 3등급은 아예 없었던 것과 비교해 특등은 대폭 준데 반해 1등급과 2등급 비율이 대폭 상승하는 등 대체적으로 등급이 하향됐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예상이다.
이같은 원인으로 군과 검사를 맡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수확기를 앞두고 지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수발아 현상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굳이 수발아 피해가 아니더라도 지난 여름 계속되는 폭염으로 나락들이 사람으로 따지면 찰과상을 입은 벼들이 많아지면서 실제 수확량도 줄어들거나 품질도 하락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도 떨어진데다 수발아 현상으로 등급판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한 농민은 “수발아 때문에 쭉정이가 많아져 상품성은 떨어지고 쌀값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 시피할 지경이다”며 “지금 이대로는 농가들이 모두 죽을 지경으로 수발아 피해 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올해 벼 수확시기에 잦은 비로 인한 수발아 피해가 결국 등급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가급적 높은 등급으로 판정될 수 있도록 현장에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워낙 상태가 좋지 못해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2016년산 공공비축비 매입대금은 40㎏ 1포대당 특등 4만6480원, 1등 4만5000원, 2등 4만3000원, 3등품 3만8270원을 매입 당일 우선 지급금으로 지급하고, 이후 통계청이 조사한 수확기(10월~12월) 평균 산지 쌀값을 조곡으로 환산하여 2017년 1월 중 최종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