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찾은 중국 신세기외국어학교 2박3일 한국체험
국화축제도 보고 홈스테이 통해 ‘아이 러브 코리아’

10대 소녀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해야 할 영암여중의 한 교실에 낯선 언어가 교실 밖으로 새어 나왔다.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중국 후저우시의 신세기외국어 학교 학생들이 영암여중에서 교환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암여자중학교 학생들과 중국 후저우시의 신세기외국어학교 학생들은 ‘한류소개 영어수업’을 앞둔 쉬는 시간동안 서로 장난을 치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몸짓으로, 어떨 때는 영어로 대화를 하며 어울리는 모습에서 비록 완벽한 대화는 힘들지만 함께한 며칠의 시간동안 영암 곳곳을 다니며 쌓인 정이 적지 않은 듯 오래 사귄 친구마냥 친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덧 3년째를 맞이하는 영암여중과 중국 후저우시의 학교 간 교류는 국적과 문화차이를 넘어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서로 가까워지는 창구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 5월 영암여중 학생들이 후저우시를 방문한데 이어, 학생 14명과 인솔교사·공무원 3명으로 구성된 후저우시 신세기외국어학교 학생교류단이 이달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영암을 찾았다.
중국 학생교류단은 영암여중 학생들과 함께 기찬랜드 국화축제장을 견학했고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에서 전통 음식 만들기, 규방 공예와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도 하는 등 한국·중국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후저우시 시청 두봉 인솔공무원은 “학생들이 일정 내내 항상 밝게 웃으며 모든 행사를 즐겼다”며 “지금도 한국 학생들과 함께 웃던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마냥 어울리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홈스테이를 통해 서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문화의 차이를 느낌으로써 서로간의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영암여중 김명서 학생은 “홈스테이를 하며 중국 사람들은 보통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그 사실을 몰라 미처 슬리퍼를 준비하지 못해 급히 화장실 슬리퍼를 가져다 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신세기외국어학교의 고영 학생은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 사람의 친절함을 배웠고 서로 같은 듯 다른 문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보호자 자격으로 후저우 시에서 온 인솔공무원·교사들도 이번 교류행사에서 한국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신세기외국어학교의 항법원 교감은 “규방공예, 천연염색과 같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특색있는 한국의 문화가 정말 인상깊었다”고 밝혔으며, 엄습하 인솔교사 역시 “다양한 한국문화를 우리 학생들이 알아가는 모습에서 한국에 온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 교류행사에서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화합을 강조하고 중국 학생들에게 한류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양국의 학생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진행된 이 수업에서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등 한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수업 중에 ‘태양의후예’,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와 같은 한류드라마 포스터가 나오자 중국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에서 한류의 인기를 실감했다.
또, 이 수업에서는 종이접기를 통해 영어로 ‘LOVE’, 한글로 ‘사랑’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보며 한국과 중국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해나가며 함께 발전해나가자는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이렇듯 국적, 언어, 문화가 다른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리며,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다.
후저우 시와의 교류행사를 3년째 담당하고 있는 김선희 교사는 영암여중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교류행사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외국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맺는 행사를 담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달 전부터 학생선별절차,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 수립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깊은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이런 교류행사는 단순한 일반 관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서로간의 교감과 배움의 기회를 마련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