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지난달 17일 영암군농민회에서는 시종면 내동리 110호 정부양곡보관창고에 중국산 수입쌀이 입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영암 관외로 내보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런데 뒤늦게 영암경찰서에서 이를 문제 삼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정운갑 회장, 마삼진 사무국장, 박웅 교육선전국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여 조사를 진행했으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미암면농민회가 서영암농협 본점 앞에 나락을 야적한 것을 문제 삼아 박양훈 회장, 양관진 전 회장, 김현세 총무, 박웅 사무장을 영업방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는 사실도 통보 받았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날 진행된 항의활동의 형태가 기자회견이었는지 집회였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암면농민회 간부들의 야적행위가 직원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고려해 아침6시에 자체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영암농협 본점의 영업활동을 방해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도 논점이 아니라고 본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김준일 친환경농업과장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재식 서영암농협 조합장이 자신은 영업방해로 문제를 삼은 적이 없다는 해명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필자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시스템 자체가 잘못 작동되고 있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판단한다. 친일파의 소굴인 새누리당이 국가권력을 장악해서 운영하고, 일제 강점기의 적산(敵産)을 20~30% 수준에서 불하받아 문어발식으로 배를 불린 재벌들이 경제의 근간을
쥐고 흔들며, 일본과 미국에 빌붙어 기회주의적으로 줄타기를 해온 조·중·동이 정권찬양의 나발을 불어대는 대한민국. 잘못된 과거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가치관과 철학이 빈약한 이 나라에서 정상적인 양곡업무와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권력 집행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민은 위대한데 국가시스템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위대한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어 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 영암에서도 박근혜 퇴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22일 영암문화원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영암운동본부 대표자회의에 3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필자는 참여한 단체들의 폭과 마음가짐에 주목한다. 원불교영암교당, 천주교영암성당, 도갑사, 영암읍교회, 영암군이장단협의회, 영암여성단체협의회, 영암군농민회, 민주노총영암군지부(삼호중공업노조, 전교조, 학교비정규직노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건설기계, KC노조), 영암언론협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소비자교육영암지회, 영암군자활센터, 한의사협회영암분회, 영암라이온스클럽, 영암여성라이온스클럽, 영암로컬푸드사회적협동조합, 영암어린이집연합회, 한농연영암군지부, 한여농영암군지부, 4-H연합회, 영암귀농귀촌협의회, 정의당영암지역위원회, 민중연합당영암지역위원회 등이 박근혜로부터 농락당한 국가를 바로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참여했다. 영암군 시민사회운동 역사상 있어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촛불이 모여 구국의 횃불을 들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나이 47살이 되어서 다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니 사뭇 느낌이 새롭다.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청춘시절엔 처자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젊고 가슴도 뜨거웠다. 사건번호 ‘98노124’ 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공무집행방해, 건조물침입, 상해. 필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징역 3년 6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고 공주교도소에서 복역하였다. 이렇게 살아온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삶의 방향성을 수정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 정부에 내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을 너무나 가슴 절절히 사랑하는데 대한민국은 나를 불순분자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향한 나의 이 짝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심히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