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한국 청소년 주중 평균 수면시간을 측정한 결과 중학생 7.1시간, 일반계 고등학생 5.5시간, 특성화 고등학생 6.3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밝힌 10~17세 청소년의 권고 수면시간인 8.5~9.25시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수면시간 부족은 결국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조기 등교가 그 원인이다. 이는 불충분한 수면과 아침 결식으로 이어져 등교 후 심각한 학습 집중력 저하를 불러일으키며 건강권마저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학생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제’를 본격 시행했다. 이후 서울·인천·광주·충남·충북·세종·강원 등 ‘9시 등교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로써 실제 등교시간을 늦춘 시·도는 총 10곳(58.8%)에 이르렀다.

경기도의 경우 2250개 초·중·고교 가운데 2193곳(97.5%)이 올해 1학기에 9시 등교제를 적용했다. 초등학교는 1195곳 중 1193곳(99.8%)이 9시 등교를 시행했고, 중학교는 604곳 중 599곳(99.1%), 고등학교는 451곳 중 401곳(88.9%)이 시행하고 있다.
강원 지역은 초·중·고교 636곳 가운데 539곳(84.7%)이 9시 등교제에 참여했으며 세종과 충남, 제주 등 세 도시는 등교시간을 기존의 8시 30분에서 10~30분가량 늦췄다.
물론, 학생의 수면권 보장 등을 통한 건강 증진 취지로 시행된 9시 등교제에 대한 여론은 아직도 찬반이 엇갈린다.
그렇지만 지난달 25일 경기도교육청은 재단법인 경기도교육연구원에 ‘9시 등교 효과 분석’ 정책연구를 의뢰한 연구결과가 ‘9시 등교’가 학생들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나오며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9시 등교로 초·중·고등학생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각각 7분, 17분, 31분씩 늘었고 아침 식사 횟수, 부모와의 대화시간,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번 연구 결과 학생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9시 등교 이전보다 이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참여와 활동이 있는 학생중심의 수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 9시 등교의 실질적인 효과를 한층 높이겠다고 한다.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전남·부산·대구·대전·울산·경북·경남 중 전남·부산·경남의 경우도 ‘0교시 폐지’로 사실상 ‘9시 등교’를 권하고 있다. 이미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9시 등교에 대해 “지역과 학교별로 여건이 다른 만큼 교육감이 지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전남 학생들의 9시 등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사회적협의체’ 구성을 촉구했고, ‘9시 등교 문제에 대한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교육당국이 직접 나서주길 요구했다.
이들은 “9시 등교는 비정상의 교육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삶의 가치관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밝히며 “소위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9시 등교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전라남도교육청은 더 이상 문화지체의 우를 거듭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무작정 9시 등교를 모든 학교와 모든 학생이 전면적으로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9시 등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학생이 중심이 되는 정상적인 학교로 돌리자”고 제안했다.

전국적인 관심 사안으로 경기도교육청의 연구결과와 같이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인 ‘9시 등교’ 문제에,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사회적 논의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과 더불어 전남 지역 학교의 9시 등교 문제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정책토론을 추진해야 함이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