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박 웅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11월 26일.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제5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했었는데, 세종문화회관 계단 밑에서 풍찬노숙을 하다가 문득 고개 들어 응시하게 된 한 현수막에 적혀있던 문구다. 소리 없이 내 가슴속으로 다가와 꽂혔다.

11월 30일 오전. 서영암농협 2017년도 수지예산총회가 있었다.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약 개정의 건은 반대의견을 발의해 통과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안건인 2017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서 승인의 건은 판매비와 관리비 5% 삭감안을 발의해 무기명 찬반투표까지 갔지만 26대30으로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무리한 주장을 한 것은 아닌지, 내 주장에 논리적 허점은 없었는지, 표현 방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움직였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당분간 임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해 내야 하겠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리한다.

박근혜씨가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본인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는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큰 잘못’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단다. 그래서 촛불민심으로 드러난 국민들의 시대적 요청인 즉각 사퇴를 거부하고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단다. 당분간 국회에서 여·야간 이권다툼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질서 있는 퇴진’이나 ‘명예로운 하야’ 등의 수식어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표현처럼 생각되지만 그 본질은 범죄자인 박근혜씨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이다. 그래서 나는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움직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왜냐하면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 영암우리신문이 100호를 발행하게 된다.
2014년 9월 5일 영암언론협동조합을 창립하여 그해 11월 28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작은 어려움들은 기억 속에서 조차 사라져 버렸고, 큰 어려움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회상된다. 나보다 먼저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온 선배님들이 계셨다. 가난하지만 소신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던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의 인생을 응원하는 것이 나를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길이라 믿었다. 한때는 그들의 요구에 등 떠밀려 억지로 이일을 하고 있다고 억울해 한 적도 있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푸념들은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왜냐하면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왜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는지 나도 그 이유를 다 알지 못한다. 아직은 영암언론협동조합 조합원들과 영암우리신문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조차 꺼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눈물과 노력으로 시간을 쌓고 또 쌓고 인내해 나가겠다.
민중총궐기 주도혐의로 구속된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 박근혜 저격수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억울한 희생양 그들이 돌아와야 민주주의라는 글귀가 내 가슴을 친다. 서럽고 아프다.

“중요한 것은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단련된 실력, 그런 삶의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 그것을 내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단련된 실력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자 몇 번이고 되풀이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