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발행인 박 웅

영암 관내에 수입쌀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10월 17일 시종면 내동리 110호 정부양곡보관창고에 중국산 현미 300여 톤이 들어오고 부터다. 영암군농민회에서는 왜 수입쌀 문제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그것은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한 나락값 폭락의 주범이 다름 아닌 수입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농협이나 행정에서 농민들이 요구하는 전량수매를 거절하는 주된 이유가 보관창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굳이 수입쌀까지 받아가면서 농민들의 반감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수입쌀에서 비소가 검출되는 등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전동평 군수는 마이크를 잡고 수입쌀 입고에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공개적인 사과와 더불어 “더 이상 수입쌀을 받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운갑 회장을 비롯한 영암군농민회 주요 간부들이 수입쌀 입고에 항의한 문제와 관련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영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그리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 3일 영암읍 회문리 창고에 수입쌀 360톤이 또 들어왔다. 11월 21일 23일 24일 25일 28일 29일에 연이어 수입쌀 1200톤이 도포 대동창고에 입고되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보다’라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단순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보아야 한다.
농업이 영암군의 기간산업이고, 군수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는데 해당 농민들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수입쌀은 무려 1560톤이나 또 들어왔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군의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 영암군의 양곡업무가 어떤 원칙과 기준에 따라 누구를 위해 행해지고 있는지 심각히 점검해야 할 때인 것이다.

영암군의 양곡업무는 양곡관리법, 양곡관리법 시행령,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농식품부와 전라남도의 지시를 받고 친환경농업과 유통마케팅팀을 통해 행해진다. 지방자치단체장인 군수가 “더 이상 수입쌀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의지를 밝힌다고 해서 무조건 수입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TRQ(저율관세할당) 가공용 쌀 시군별 배정절차에 따르면 시도별 배정량 확정 권한은 농식품부가 쥐고 있고 우리 군은 창고주에게 보관 희망 수요조사 안내 및 신청 접수, 그 결과를 도에 보고할 실무업무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입쌀 보관 창고주를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법과 행정규칙을 어기지 않고도 “더 이상 수입쌀을 받지 않겠다”는 전동평 군수의 확고한 의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수입쌀 보관 창고주를 견제할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찾아보자.

창고업주도 돈을 벌기 위해 막대한 고정비용을 투자해서 정부양곡 보관창고를 설립 운영한다. 현재 영암 관내에는 86개의 정부양곡 보관창고에 7만1814톤의 양곡을 보관할 수 있다. 그중에서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창고가 55동이고, 개인 창고업주가 운영하는 창고가 31동이다. 단일시설로는 도포 대동산업(주)에서 운영하는 대동창고가 11동의 창고에 2만6천여 톤을 보관할 수 있어서 영암 관내에서는 가장 큰 정부양곡 보관시설이다. 수입쌀도 1527톤이나 보관하고 있고 자체 도정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역농협들은 수입쌀을 보관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핵심은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동산업(주) 대표 부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동산업(주)이 취급하는 수입쌀은 대동창고 전체 보관능력의 10% 미만이다. 90% 이상은 영암군이 배정권한을 쥐고 있는 공공비축미곡으로 채워지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해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대동산업(주) 정부양곡 보관료 수입의 90% 정도가 영암군이 배정권한을 쥐고 있는 공공비축미 보관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 영암군이 개인 창고업주 하나 견제할 수 없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영암군을 수입쌀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전동평 군수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렇다면 주무부서인 친환경농업과에서는 군수가 그 의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방법이 전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불순한 의도로 군수가 농민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약속을 한 문제에 대해서 태클을 건다면 그는 친환경농업과장으로서 기본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개 군민으로서도 떳떳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비리와 대가성 청탁을 없애고 하나하나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영암이 건강해 질 수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다가가는 길에 특별한 묘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하고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저 황소처럼 뚜벅 뚜벅 우직하게 실천하는 길만이 미래세대에게 좀 더 희망찬 영암을 물려줄 수 있는 지름길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필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지금 같은 혼란한 시대에는 차라리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를 자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