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고-영암군교육지원청간 인도설치 공사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로수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는 곳에 인도를 설치하면서 주민들의 보행권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 공사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영암읍 회문리 인근에서는 인도설치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 기찬랜드 앞 회전교차로에서부터 영암교육지원청까지 총 714m에 설치되는 이 구간을 걷다보면 이내 머리를 갸웃하게 만드는 구간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영암고를 막 지나 영암교육지원청까지 이어지는 약 220m구간은 규정과는 거리가 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국토교통부령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기준’ 제16조 3항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은 보행자의 통행량과 주변 토지 이용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되, 최소 2m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지방지역의 도로와 도시지역의 국지도로는 지형상 불가능하거나 기존 도로의 증설·개설 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1.5m 이상으로 할 수 있으며 보도에 가로수 등 노상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노상시설 설치에 필요한 폭을 추가로 확보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설치되는 인도의 중앙에는 벚나무들이 약 3~5m의 간격으로 식재되어 있음에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설계상 2.5m라고 하더라도 인도 중앙에 위치하는 벚꽃나무와 연석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실제 인도의 폭은 1m50㎝ 남짓이었다.
실제로 성인 남성 1명이 걷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가로수인 벚나무로 인해 보행을 하려면 결국 인도를 벗어나 차도를 이용해야하는 실정이다. 특히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은 위험을 무릅쓰고 보행로 대신 차도로 다니거나 아예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바로 옆 차로에는 대형 화물차와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어 오히려 주민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암군에서는 영암고를 통학하는 학생들의 안전 확보와 군민들에게 편의를 제공을 위해 설치했다고 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2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실제 보행자가 거의 없는 곳에 설치된 점에서부터 의아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영암읍 구 KT&G→영암군산림조합, 영암경찰서사거리→영암향교간 등 읍내권 주요도로의 인도 역시도 가로수나 시설물로 인해 통행로가 막혀 주민들이 보행로 대신 차도로 다녀야 해 교통사고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인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첫 번 째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사람이 가로수를 피해 차도로 나와야 한다”며 “앞으로 가로수나 시설물을 세우는 것보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제일 먼저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군의 입장은 도시계획에 계획된 도로의 선형 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동안 이곳의 경우 차량 통행량에 비해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가 없는 구간으로 이번 공사로 군민들의 안전도 크게 늘어나고 이용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인도의 폭을 확보하기 위해 수령이 수십년 이상 된 나무들은 제거할 수도 없었고 차로를 줄이는 것도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지금과 같이 인도를 설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공사가 완료되면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는 나뭇가지들은 제거해 보행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며 “향후 공사 후 주민들의 불편사항들을 청취해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소해 걷고 싶은 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별도의 장애물이 없는 곳으로 설치되었으면 오히려 보행자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공의 편의를 위해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행정기관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