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우리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와 심하게 다퉜어요. 동네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친구가 자꾸 우리 아이를 심하게 놀려서 때렸다고 합니다. 싸우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가서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하니 아이가 심하게 거부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 원 민 우 아동청소년발달센터장

A. 아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취학 전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떨 때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생각해서 죄책감을 느낄 경우 처벌이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동반될 수 있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사과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엄마의 강요로 인한 사과는 또 다른 싸움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입으로 ‘미안하다’고 말해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사과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지나친 경우 개인의 정신건강, 특히 아이에게 있어서는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피합니다. 그럴 경우 아이는 ‘나는 항상 잘못을 하는 아이야’ 또는 ‘우리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등의 자기 비하적인 부정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어 매사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강요가 아닌 진심으로 사과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왜’가 아닌 ‘무엇’을 묻는다
적절한 질문으로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왜 싸웠니?”라는 말처럼 ‘왜’라는 질문은 아이에게 혼란을 주고 “나도 몰라요”라는 대답을 듣기 쉽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되었니?”, “친구가 뭐라고 말했니?”, “너는 어떻게 했니?”,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돕는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봤니?”, “○○이는 어떻게 해주길 바랄까?” 식으로 물어봐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볼 수 있게 도와주는게 필요합니다.
3. 사과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사과하기 전에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할까”, “말로 사과하는 게 부끄러우면 그림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 등 아이와 함께 방법을 의논하고, 되도록 아이의 선택을 따라주도록 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싸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서 대립이 되면 싸울 수 있지요. 부모의 역할은 ‘싸우는 것은 나쁘다’라고 알려주는게 아니라 싸울 수는 있지만 싸울 때의 방법이 나쁘다를 알려주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싸운 후 대처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기에 부모가 부부관계나 자식사이에서 갈등 이후에 사과하는 모습이나 화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는가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기에 화해하는 모습이나 갈등을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아이도 똑같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