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한 학원 차량이 신호위반하는 것을 목격했다. 물론 처음 본 것은 아니다. 늘상 그렇다. 신호위반을 필두로 과속, 난폭운전, 불법 주정차, 불법유턴, 중앙선 침범, 방향표시 불이행 등등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의 차량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보호 차량’ 혹은 학원 등의 명칭을 차량에 붙이고 다니기에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며, 교육을 하는 곳에서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비도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조심해야하는데 대다수가 그렇지 못하다.
며칠 전 경기도 광주에서 ‘어린이 보호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이 통학버스에 의해 숨진 후 생긴 일명 ‘세림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한 달 만이다.

개정된 법에 따라 지난 1월 29일부터 9인승 이상의 어린이 통학 관련 차량은 의무적으로 차량을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경광등, 발판, 어린이용 안전띠를 설치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됐다. 또한 보호자가 반드시 탑승해 어린이들의 승하차를 도와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승차한 어린이의 안전띠 착용을 확인한 후 출발해야하고, 통학차량의 운영자 및 운전자의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6개월의 홍보·계도기간을 거쳐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 차량’의 안전기준들이 강화됐지만 사고예방에 완벽을 기했다고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10일 벌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건도 ‘세림이법’ 기준을 지켰던 차량이었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세림이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대한 문제는 운전자의 안전의식과 교통법규 준수 문제임에도 이를 무시했던 까닭이다. 애초 ‘세림이법은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의 차량이 안전 법규를 3회 어기면 시설의 인가와 등록을 취소하고, 안전 의무를 2회 위반한 운전사는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등 아주 강력한 내용으로 추진됐었다.

무슨 영문인지 입법부의 손질을 거쳐 그저그런 법령이 되버린 것이다. 당초대로 교통법규를 3회 어기면 시설의 허가가 취소된다고 생각했다면 섣불리 법규위반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규제’, ‘악법’이 아니었다. 당연히 지켜야할 교통법규 준수를 요구한 것이다. ‘국회’라는 곳이 ‘불법’, ‘편법’에 관용을 베풀어 법을 손질하는 곳은 아니다. 최근 통과된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온갖 로비와 이해득실이나 따지다 ‘선량한 원칙’을 버리기 일쑤다. 

어찌됐든 우선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학원 및 체육시설의 차량들 또한 신고제를 통해 정부의 안전관리 대상에 들어오게 되었다.
영세 학원과 유치원들은 차량 개조와 동승 보호자 고용에 드는 비용이 ‘큰 부담’이다 불만이 많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기보다 ‘자기반성’을 통해 이를 더 개선된 서비스 제공의 계기로 바꿔내야할 것이다. 하교시간 마다 학교 앞에 차량이 뒤엉키는 상황도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차량의 통합 운영, 차량 운행 전담 사업자의 출연 등 가능한 범위에서 머리를 맞대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역시 ‘안전’과 ‘교육자 정신’이라는 사실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