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로 우리 조상들은 오랜 옛날부터 닭을 귀하게 여겨왔다. 닭의 울음소리는 여명을 부를 뿐만 아니라 나쁜 기운을 쫓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우리조상과 함께 해온 닭은 5덕을 갖춘 동물로 선비들로부터 칭송을 받아왔고 영암에도 상서로운 기운을 지닌 닭과 관련된 것이 상당하다. 먼저 영암은 전남도내에서 나주와 무안, 함평과 함께 많은 닭을 사육하는 지역이다. 현재 시종과 신북 등의 지역에서 총 27농가에 149만수가 사육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닭은 이미 영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 닭과 관련된 지명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시종면 계산(鷄山)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닭 모양으로 생긴 산의 머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이라 하여 계산 또는 닭머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서호면 금강 북쪽 태백리 경계에는 나지막하게 솟은 산마루가 하나 있다. 이 산마루를 주민들은 ‘지네머리’라고 부른다. 이 지네머리 맞은편에는 ‘닭머리’라고 불리는 산마루가 위치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지네와 닭이 서로 마주보는 형국이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또 마을 남쪽에 산등성이가 있는데 풍수지리학상 금계(金鷄)가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형국이어서 금곗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어 금정면 유치천의 ‘유치’는 ‘산 고개’라는 의미로 산의 옛말인 ‘달’이 ‘닭’으로 전이되어 한자화 되면서 닭 ‘유(酉)’자로 인식되다가 ‘유(有)’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삼호읍에는 닭 섬이라는 섬이 있었다. 약 180년전 이 섬에 벼락이 떨어졌었다 하여 배락섬이라 하다, 후에 변해서 닭섬이라 불리던 이 섬은 현재 연륙이 되었다. 신북면 유곡리는 마을의 지형(地形)이 닭 벼슬 형국(形局)이라 하여 닭실, 또는 닭 유(酉) 자와 골 곡(谷) 자를 써서 유곡(酉谷)이라 하였다가, 1914년 행정 구역 통폐합 당시 유곡리(酉谷里)라 했다고 전해진다.
닭과 관련된 전설이나 전통가락과 같은 구비전승도 빠질 수 없다. 영암에서 전해지는 ‘닭타령’은 닭을 소재로 서정적인 감상을 표현한 민요이다. 닭타령은 매우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중들이 처한 소위 ‘닭 같은’ 신세를 비유함으로써 삶의 애환을 노래하였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군서면 마산리 오산마을에 있는 칼바위에 얽힌 이야기에도 닭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지네와 닭이 백 년을 주기로 서로 싸움을 벌이고 이 싸움을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처방을 하는 이야기로 두 동물의 대를 이은 싸움을 멈추게 하게 위해 박은 말뚝이 바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닭은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길러온 가축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이자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동물인 닭의 해가 밝은 만큼 여명을 불러오는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로 밝고 건강한 새해, 풍성한 결실이 함께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