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방어의 최후보루, 이번에 뚫리면 모두 죽어요” 경기도와 충청권을 초토화시킨 AI가 계속 남하하면서 영암도 위험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종면 월롱리와 신북면에서 H5N6형 고병원성 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방역당국과 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AI의 공포가 엄습을 하면서 농장주들이 직접 방역에 나섰다. 이미 출하를 마친 농장주들을 위주로 구성된 한국오리협회 나주·영암 농가자율방재단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방역 초소근무에서부터 철새도래지, 농장주변 방역까지 나서며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자율방재단 입장에서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2015년에 AI로 오리 29만7000여마리가 살처분됐고 49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입었고 전년인 2014년에는 오리 47만여 마리가 땅 속에 그대로 파묻히며 115억이라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 폭염피해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태이다 보니 이미 양계농가 입장에서는 “AI감염이 곧 자산 탕진”이라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 11일 오전 8시가 되자 서호면의 신금대교초소에 세워져 있던 자율방재단의 방역차량이 뿌연 매연을 내 뿜으며 시동이 걸렸다.
방역초소와 철새도래지 등에 방역을 위함이다. 운전석에 앉은 오리협회 영암군지부 권용진 지부장은 “예전에는 아무래도 방역당국에 맡겼지만 자식과 같은 오리를 땅에 묻다보니 방역현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우리 재산인데 남의 손에 맡겨놓고 하늘만 바라보기보단 내가 직접 지키는 것이 훨씬 안심된다”고 밝혔다.
권지부장을 비롯한 단원들은 모두 27명으로 오리사육농가 경영주로 출하가 완료된 농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5개 초소에 각각 투입돼 공무원들과 함께 초소근무를 서거나 방역차량으로 지역 곳곳을 누비며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율방역단 방역차량이 하루 동안 움직이는 거리만 약 100㎞. 신금초소를 시작으로 강암 초소, 신북거점, 시종초소, 신흥초소까지 이곳을 2~3차례 왕복한다. 왕복을 하면서 농가주변 도로나 인근 저수지까지 일일이 들러 소독약을 살포하면서 혹시 모를 AI감염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저수지 주변에 소독약을 살포할 때에는 저수지주변에서 혹시 죽은 철새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과 시간이 날 때마다 농가 인접한 장소에서 철새를 쫓는 일도 방역단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돼 버렸다. 
이렇게 하루 동안 소비되는 소독 분량만 약 4~5톤에 달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면 밤 9시를 넘기기 일쑤이다. 일과를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아직 AI가 지역 깊숙이는 들어오지 못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단했던 하루의 일과의 끝과 또 다른 하루의 일과를 준비 한다.
초소 근무에 나선 김철주 씨는 “이동제한조치가 걸리면 당장 생활비마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당장 전기세도 못 내고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보상금을 한 번에 산정해서 주는 것보다 당장 생활비 지원이라도 때 맞춰 주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