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영암소방서장으로 취임한 장경숙(56) 서장. 장 서장을 논할 때에는 항상 ‘호남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특히 이번 소방서장이라는 직책은 도내 소방조직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소방서장까지 오른 것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람이 아닌 화마와 싸워야 함에 남성들의 전유물과 같은 직업인 소방공무원이라는 세계에 장 서장은 1978년 공채 2기로 첫 발을 내딛었다. 장 서장과 함께 뽑힌 여성 소방공무원은 모두 6명으로 이들의 첫 임무는 소방행정업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여성으로서 소방현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업무의 특성상 여성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장 서장은 하찮다고 생각할 법한 보조역할일지라도 허투루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남직원들보다 잘하기 위해 수십 배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6년 뒤인 1984년 장 서장은 처음으로 소방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현장 업무를 맡게된다. 행정업무를 하면서 익힌 이론적인 소방법령과 현장업무의 노하우가 쌓여나가면서 장 서장의 능력도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장 서장에게 있어 영암의 기회의 땅이었다. 1999년 소방위 승진을 하고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영암이었다. 여성 첫 간부 소방공무원으로서 처음으로 영암에서 소방파출소장과 예방담당을 맡았던 것이다. 인연이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2008년에는 소방경으로 영암에서 약 4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소방령으로 승진의 기쁨을 안기도 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소방서장으로 승진해 다시 기회의 땅 영암을 찾았다.
이러한 과정에는 장 서장이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수없이 흘렸던 눈물도 적지 않았다. 특히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책임과 소방관으로서의 책임을 놓고 고민을 한 적도 적지 않았다.
그 때마다 장 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이었다. 친정엄마부터 남편, 두 아들까지 장 서장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족들의 응원과 자신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공채 당시 함께 출발을 했던 여성 동기들은 모두 떠났지만 장 서장은 끝까지 버텨냈고 당당히 ‘호남 최초의 여성소방서장’이라는 여성소방공무원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장 서장의 목표는 13개 전남지역 서방서 중 영암소방서의 규모가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한 기관으로 꾸려 가는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예방활동과 신속·정확한 방호시스템 구축, 견고한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따뜻한 리더십을 통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을 하는 것도 장서장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이다.
장 서장은 “과거에는 소방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서 지역민들의 소방안전을 책임지는 영암소방서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며 “소방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으로 ‘수고했다’라는 말 한마디가 저와 동료 소방관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