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일정으로 ‘민심청취’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영암을 찾아 지역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를 하며 지역 민심 파악에 나섰다.
지난 17일 예정보다 약 1시간가량이 늦은 오후 7시 50분께 영암읍 개신리 2구 사자마을 회관을 찾은 반 전 총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식을 듣고 마을 회관을 찾은 지역주민들의 환대에 손을 들어 화답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전동평 군수와 장만채교육감, 박영배 군의회의장, 이건화 경찰서장, 안병창 교육장 등 기관단체장을 비롯해 조태현 한농연 회장 등 지역사회단체장들도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간단한 기념촬영에 이어 마을회관에 들어선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한국의 明山 月出山의 정기가 서린 영암군을 방문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영암군민 여러분들의 행복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 드립니다”라고 게재하고 본격적인 민심청취에 들어갔다.
마을회관 거실에서 진행된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반 전 총장은 “영암에서 많은 훌륭한 분들이 배출됐다고 하는데 저도 이곳에서 좋은 정기를 받아 볼까해서 왔다”며 “모든 사람이 존중해가며 서로서로 이웃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노력해보고자 한다”고 오늘 방문의 의의를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반기문 전 총장의 이름으로 “반갑습니다. 기의고장 영암에서 좋은 기를 받아가세요. 문은 활짝 열렸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삼행시를 지어 반 전 총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여성사회활동 참여 확대 및 인재 계발, 도농 간 균형발전 및 농수축산물 가공산업 육성의 필요성 등의 정책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사자마을 임영섭 노인회장이 “월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30여년동안 개발이 전혀 안되고있는 상황으로 앞으로 마을을 관광특구로 지정해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하자 반 전 총장은 “자연자원을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조태현 회장은 반 전 총장에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로 쌀값이 폭락했다”며 “국가를 이루는 기본이 우리 먹을거리인데 창고마다 벼가 쌀이 넘쳐나 관리비만 수조원이 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조 회장은 “축산농가들, 화훼, 수산업 등 농어촌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김영란법에 막혔다”며 “어떻게 보면 농업의 근간을 이루는 쌀 산업이 무너졌는데 (그나마) 버티는 게 인삼, 화훼, 한우인데 그 법으로 정부에서 막아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있고 전반적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한국도 이농현상이 있고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있다”며 “선진국을 보면 꼭 농업보다는 가공해서, 수출을 한다든지 하는 부분을 더 신경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약이 있다”고 답했다.
또 “특히 쌀에 (정부가) 국제 가격보다 5배 이상 (보조금을) 주니 한국은 쌀을 대외적으로 수출을 못하게 돼 있다”며 “가공품으로 간다든지 하는 건 예외가 되니까 창의적으로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쌀을 지원할 때 WTO(세계무역기구)와 상당히 오랫 동안 교섭해서 겨우 내부 교역이라고 해서 면제를 받았다”며 “그래서 남북 교역에서만 (쌀 수출이) 인정되고 (그 외 지역에는) 우리 쌀을 수출을 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인 18일 오전 광주로 이동해 5·18민주묘지를 참배와 함께 조선대에서 대학생 대상 특강에 이어 최근 화재피해를 입은 여수수산시장을 방문하는 등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전남에서 집중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