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어린 나이에 떠나 추억은 빈약하지만 영암은 늘 마음이 가는 곳입니다. 하찮은 소식 하나에도 귀가 쫑긋 서고 사람들의 반응에 마음이 쓰입니다. 태어난 고향이라 그럴 터입니다. 
영암에서 전라남도 내 군 단위 최초의 협동조합 언론인 ‘영암우리신문’이 출범합니다.
일로순풍(一路順風)! 앞날이 순탄하기를 마음 깊이 축원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노파심이 생깁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언론의 정도를 가기가 너무도 어려운 세상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자본에 굴복한지는 벌써 꽤 되었습니다. 그래도 권력에 대해서는 제법 비판의 날이 서있었지만 이명박 정권 아래서 낭떠러지로 추락했습니다. 조폭언론으로 야유되는 유력 보수언론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그나마 균형을 잡고 있던 공영방송마저 완벽하게 권력에 장악되었습니다. 옛날처럼 총칼이 무서운 시절이 아닌 데도 그렇습니다. 사이비들이 언론인 행세를 하다가 형세가 변하는 걸 보고 정체를 드러낸 까닭입니다.
타락한 언론의 안중에 국민이 있을 리 없습니다. 오직 조작 대상인 소비자와 계몽 대상인 수용자가 있을 뿐입니다. 정도를 걷고자 하는 언론이 없는 건 아니나 다 합해도 그 힘이 너무 미약합니다. 이제 사방에서 들리는 것은 권력의 장단에 맞춰 진실을 호도하는 나팔소리뿐.
지역 언론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 권력·지역 자본과 결탁하거나 굴종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지역 언론의 폐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중앙의 조폭언론 못지않고 외려 더 하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언론 협동조합으로서 ‘영암우리신문’의 출범은 바로 그런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터입니다. 그냥 또 하나의 신문이 아니라 ‘자주적 자립적 자치적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가치 있는 언론매체를 창출하여 지역 주민의 민주의식을 함양하고 소통과 나눔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대로 된 언론의 탄생은 진정 경하할 일입니다.  
호남은 일찍이 한반도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이었습니다. 문화와 예술이 번성하고 인정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여러 자료가 보여주는 지금의 호남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꼭 일인당 국민소득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삶의 총체적 질은 경제로만 실현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정치 사회 문화 등등 모든 것이 다 중요합니다.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민주적이고 풍요로운 영암. 주민 모두가 그런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영암. ‘영암우리신문’이 그런 영암 만들기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합니다. 영암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활발한 소통의 물꼬가 되어주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영암 우리신문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영화 명량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려 당부의 말씀을 전합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르는 것이고 그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언론의 충 또한 모름지기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 합니다.